쫓겨난 세입자, '집주인 실거주' 알아보려니 '확정일자'로 추측하라고?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1.06.01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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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시행 후 서울 내 중저가 전세거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8월  직방에 따르면 서울 내 4억원 이하 아파트 전세거래비중은 2011년 89.7%, 2016년은 64.1%에서 올해 상반기 52.7%까지 감소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는 모습. /사진=뉴스1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시행 후 서울 내 중저가 전세거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8월 직방에 따르면 서울 내 4억원 이하 아파트 전세거래비중은 2011년 89.7%, 2016년은 64.1%에서 올해 상반기 52.7%까지 감소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는 모습. /사진=뉴스1


#경기도청에서 임대차보호법 관련 무료 법률 상담을 담당하는 공인중개사 조재성씨는 최근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는 이유로 계약갱신 청구권을 거절 당해 쫓겨난 임차인을 상담했다. 그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실제 집주인이 그 집에 들어와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주민센터에 가서 알아보라"고 조언했지만 헛수고였다. 임차인이 주민센터에서 들은 답변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내용뿐이었다.

조씨는 "최근 들어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정보 제공을 거절당했다는 임차인 상담만 3~4건이었다"며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안내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이와 달라 난감했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진짜 사는지 확인하려 보니…"확정일자로 추측하라"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집주인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 청구권을 거절당한 임차인이 실제로 집주인이 들어와 사는지 확인해볼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의 근거가 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은 임대인·임차인의 성명,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보증금, 임대차기간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주민센터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며 "확정일자 부여 여부만 확인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서 임차인들이 2년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을 요구하자, 집주인들은 유일하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인 '집주인 실거주'를 꺼내들었다. 본인들이 직접 들어가 살 예정이므로 계약을 연장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쫓겨난 임차인들은 집주인이 실제로 들어와 살지 않고 새 임차인을 구했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살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려 해도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주민센터에서 제공하는 정보인 '확정일자'로만 추측해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확정일자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임차인이 우선 변제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확정일자가 부여됐다는 건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맺었다는 뜻이고, 반대로 확정일자가 찍힌 게 없다면 집주인이 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임차인이 새로 들어 왔더라도 선순위 채권이 없거나 보증금이 낮을 경우엔 확정일자가 꼭 필요하지 않아,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쫓겨난 세입자, '집주인 실거주' 알아보려니 '확정일자'로 추측하라고?
"법에선 된다는데 이제와 다른 소리…집주인 전입 여부 확인해줘야"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에게 전입세대(해당 주소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정보) 열람 가능 여부를 두고 협의했으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과도한 개인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확정일자 정보는 열어두었기 때문에 임대차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입세대 열람을 통해서는 계약갱신 여부와 상관 없이 제3자에게 과도한 개인정보가 나갈 수 있어 제한이 된다"며 "다만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 임대차 정보 제공이 가능하니 이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6월1일부터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돼 신규 계약에 대해서는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된다"며 "앞으로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줄어들어 정보의 간극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정일자 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인중개사 조씨는 "법으로는 정보를 제공하기로 해놓고 이제와서 다른 소리를 하는 게 문제"라며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임차인을 데려와 계약을 맺어도 이전 임차인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에서는 '억울하면 소송하라', '소송 자료 근거 마련해주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게 만들어 놨다"며 "6월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다 하지만 앞으로 1년 동안은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아 이같은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확정일자 정보만으로는 집주인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실효성이 없어 집주인이 실제 전입신고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줘야 한다고 본다"며 "개인정보에 해당하지만 이미 근거 법이 마련돼 있으니, 집주인 전입 여부를 확인해주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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