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디즈니' 꿈 꾸는 CJ ENM…5년 간 5조 쏟아 붓는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5.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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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31일 CJ ENM '비전스트림' 행사…티빙 글로벌 진출·콘텐츠 멀티 유통 플랫폼 구축 계획

CJ ENM이 31일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비전스트림' 행사를 열고 향후 콘텐츠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왼쪽에서부터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 강호성 CJ ENM 대표,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 /사진=CJ ENMCJ ENM이 31일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비전스트림' 행사를 열고 향후 콘텐츠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왼쪽에서부터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 강호성 CJ ENM 대표,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 /사진=CJ ENM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영화를 보고, 매월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K팝을 들으며 일상에서 K컬처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문화·콘텐츠 강자 CJ ENM이 'K-콘텐츠 유니버스' 구축에 5년 간 5조원을 쏟아 붓는다.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티빙(TVING) 해외진출과 '한국판 마블'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IP(지식재산권) 제작을 통해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31일 CJ ENM은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비전스트림' 행사를 열고 향후 문화 콘텐츠 투자 전략과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호성 CJ ENM 대표와 양지을·이명한 티빙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강호성 대표는 이날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제작역량 고도화 △음악 분야 메가 IP 확보 △멀티 플랫폼으로 콘첸츠 유통 확장 △티빙을 통한 디지털역량 강화 및 글로벌 진출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성장 '골든타임'…"지갑 열 때다"
CJ ENM이 콘텐츠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향후 5년 간 5조원을 투입해 오리지널 IP 확대에 나선다. 사진은 CJ ENM이 제작해 흥행한 드라마 빈센조(왼쪽)와 슬기로운의사생활 포스터. /사진=CJ ENMCJ ENM이 콘텐츠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향후 5년 간 5조원을 투입해 오리지널 IP 확대에 나선다. 사진은 CJ ENM이 제작해 흥행한 드라마 빈센조(왼쪽)와 슬기로운의사생활 포스터. /사진=CJ ENM
5년 간 매년 평균 1조원씩 지갑을 연다는 CJ ENM 계획은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투자다. 당장 올해에만 8000억원을 투입하는데, 지난해 CJ ENM의 전체 콘텐츠 투자액(6000억원)보다 33.3%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코로나19(COVID-19) 면역이 생기며 실적 반등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란 분석이다.



그만큼 올해부터 향후 5년이 미디어 산업의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코로나19 이후 영화부터 드라마·음악·공연 등 국내외 미디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가 본격화하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단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물론 국내 상륙 초읽기를 앞둔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공룡'들과 맞붙은 상황에서 '생존 골든타임'이 왔다는 게 CJ ENM의 속내다.

CJ ENM의 이번 투자 로드맵은 K-컬쳐를 기반으로 한 '대형 프랜차이즈 IP' 제작으로 요약된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마블'이나 '왕좌의 게임'처럼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시리즈로 이어지며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를 만들겠단 것이다. '응답하라', '슬기로운', '프로듀스', '쇼미더머니' 등의 시리즈로 재미를 본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주류 문화로 발을 들이기 시작한 한류 색깔을 섞는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제작 역량을 고도화하고 티빙을 집중 육성해 K-컬쳐 영토 구축에 나선다. 티빙은 2023년까지 오리지널 IP 100편을 내놓고 미국과 일본,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다. '스튜디오 드래곤' 같은 제작 조직을 예능·영화·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장해 미국 헐리우드같은 전문화된 멀티 스튜디오를 갖춘단 구상이다.


"26년 전부터 '글로벌' 바라봐"
한국판 '디즈니' 꿈 꾸는 CJ ENM…5년 간 5조 쏟아 붓는다
대규모 투자 리스크와 해외진출에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에도 CJ ENM은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강호성 대표는 "26년 전 콘텐츠 사업에 처음 진출할 때부터 눈높이를 글로벌에 맞췄고, 초격차 전략으로 웰메이트 콘텐츠를 만드는 국내 넘버원 스튜디오가 됐다"며 "이미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에서 글로벌 전진기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CJ ENM이 보유한 크리에이터 등 제작·기술인력은 '애플TV 플러스' 같은 까다로운 글로벌 제작사·콘텐츠 플랫폼들도 적극적으로 제휴를 요청할 만큼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며 "향후 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자금조달 없이도 가능한 투자"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티빙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며 고무적이란 설명이다.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는 "지난해 10월 출범 후 유료가입자 증가율이 60%에 달하고 50대와 60대의 유료가입자도 각각 46%, 33% 늘어나는 등 양적, 질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네이버와의 제휴로 벌써 수십만 명의 네이버 고객이 티빙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는 "프랜차이즈 IP 육성 뿐 아니라 '유로 2020'같은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나 키즈·성인 타깃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티빙 '팬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필요
CJ ENM은 이 같은 투자를 지속해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콘텐츠 제작 수익을 통한 재투자 선순환 구조가 구축하지 못하면 빛을 발하지 못할 수 있단 진단이다. 강호성 대표가 이날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비판한 이유다.

강 대표는 "K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국내 콘텐츠산업 유통, 시장구조는 선진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바뀌지 않으면 콘텐츠 제작자들이 결국 글로벌 플랫폼에 예속되고, 하도급자에 불과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시장 전반의 성장을 위해 분배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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