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많은 펀드 매니저들에게 애증의 주식이다. 국내 시총 1위로 시장을 방어해주기도 하지만, 한번 정체기에 빠지면 쉽게 탈출하기 어렵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대표 국내주식형 펀드 '코리아리치투게더'는 과감하게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막대한 시설 투자가 필요한데 반해 실적 예상이 어렵다"며 "이보다는 잉여현금흐름이 70~80%가 넘는 레버러지가 강한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카카오(3월 말 기준 비중 10.49%), LG전자우(10.1%), LS(4.17%), 현대모비스(4.04%), 현대차2우B(4.03%) 등을 담았다. 코리아리치투게더는 '미래기업환경에 적응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이 강건한 1 등 기업' 투자를 목표로 모바일 플랫폼과 스마트모빌리티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의 전동화 흐름에 자율주행이 더해지면서 기존 자동차 산업(3500조원)이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10% 성장만으로 350조원이 창출되는데 이는 스마트폰 시장과 비견할 수 있는 파괴력"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의 M2(광의통화량)은 전년 대비 24%가 증가했다. 자금이 풀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으려면 적어도 15%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고 팀장은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위원회도 이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자동차, 주택 등 소비규모가 큰 곳(빅티켓)에서 수요를 만들어 내려고 할 것"이라며 "경제 성장이 동반된다면 테이퍼링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시총 상위 기업들의 12개월 예상 수익 기준 PER(주가 수익비율)은 높은 상황이다. 시총 10위 중 시장 평균 PER 12배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은 현대차(10.5배), SK 하이닉스(7배) 정도다. 고 팀장은 "지난해 대비 순이익 예상 성장률이 70%에 육박하고 있는데, 과연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결국 기업이 실제 이익을 낼 수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아리치투게더가 모바일플랫폼과 스마트모빌리티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도 바벨전략(안정 자산과 위험 자산을 동시 투자)의 측면이 있다.
고 팀장은 "카카오는 밸류에이션이 높지만, 네이버처럼 사업 모델이 안정화돼 영업이익률이 30%를 넘게 되면 앞으로 2조원의 영업이익도 가능하다"며 "이 경우 PER이 25배로 떨어지게 되고,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LG전자에 대해서는 전장부품 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소형가전 의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고 봤다.
고 팀장은 "올 초까지만해도 대형주가 무차별적으로 올랐지만 3월 이후 빠른 순환매가 일어나면서 종목 차별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올해는 결국 기업의 실적이 투자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