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로나 백신 '속도'…수만명 필요한 임상시험 부담 덜었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1.05.3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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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식약처, '비교임상·참여자 수 완화'로 개발 지원

임종철 다지인기자 /사진=임종철 다지인기자임종철 다지인기자 /사진=임종철 다지인기자


국산 코로나19(COVID-19) 백신 개발을 가속화 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IND) 표준안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국산 백신 임상 참여자 모집이 어려워진 것을 감안해 임상 3상 방식을 기존 백신과 비교임상으로 바꾸고, 참여자 수도 최소 3000명으로 완화했다.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원장은 31일 충북 오송 식약처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우리 백신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그 일환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IND) 표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리 백신 프로젝트는 국산 백신으로 자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식약처가 R&D(연구·개발)부터 허가까지 백신 개발 전(全) 과정을 적극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리 백신 프로젝트의 첫 활동으로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을 마련했다. 표준안은 △임상 1·2상 △임상 3상(일반적인 유효성 임상) △임상 3상(비교임상) 등 3종으로 마련됐다. 임상단계별로 임상디자인, 시험대상자 선정·제외기준, 평가변수(면역원성·안전성·유효성) 등에 대한 상세 기준이 담겨있다.



이번 표준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식약처가 임상 참여자 모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에 해결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백신 임상 3상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수만명의 피실험자에게 백신 후보물질과 위약(가짜약)을 투약하고, 각 시험군이 얼마나 코로나19에 걸리는지를 보고 백신의 방어 효과를 측정했다. 다만 국내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식약처 백신 심사 전문가들은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을 중화항체가와 같은 면역원성 지표 등으로 비교하는 '면역원성 비교임상 3상' 설계를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서 원장은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면 임상시험 대상자 수를 줄이면서 위약·대조군 없이도 3상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비교임상으로 검증한 우리 백신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WHO) 회의 등 국제무대에서 과학적 타당성을 알리고, 해외 규제기관들과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WHO 또는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해외 규제기관에서도 예방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면역원성 비교임상에 대한 면역원성 비교임상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국산 백신이 국제적으로도 신뢰받을 수 있도록 이번 임상시험 표준안에 (관련 내용을) 담아놓았다"고 설명했다.

통상 만명에 달하는 임상 3상 참여자 수도 완화했다. 서 원장은 "면역원성 지표를 통한 3상 임상시험에서 부작용 등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을 3000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설계안에 최소한 3000명 이상의 피험자, 시험군을 넣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식약처는 이외에도 비교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에 대조백신 선정, 임상디자인(비열등성 또는 우월성), 평가변수, 성공기준(마진), 시험대상자 수 산출근거, 통계분석방법 등 상세 기준 내용을 넣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들도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코로나19 개발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다"며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임상시험에 진입한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내 업체는 제넥신 (7,280원 ▼70 -0.95%), SK바이오사이언스 (57,400원 ▼100 -0.17%), 진원생명과학 (2,375원 ▼10 -0.42%), 유바이오로직스 (13,910원 ▲80 +0.58%), 셀리드 (3,870원 ▼25 -0.64%) 등 5개사다. 아직 임상 3상을 시작한 곳은 없다.

서 원장은 "식약처는 이번 표준안이 국내 연구 개발자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임상시험을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변이주 대응 백신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맞춤형 전주기 품질관리를 지원해 국내 개발 백신이 조속히 상용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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