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빠진 코인 대책...주무부처 '금융위' 달라진 건 시행령 뿐?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1.05.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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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2021.5.28/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2021.5.28/뉴스1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로 결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상자산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을 맡는다. 또 정부는 국무조정실 내에 가상자산 테스크포스(TF)를 만들고 가상자산 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시장을 위한 '제도적 틀'이 처음 마련됐다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금융위의 역할 분담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투자자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8일 금융위를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 소관부처로 하는 내용의 '가상자산거래 관리 방안'을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주무부처를 정한 것이다. 금융위는 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 작업을 주도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60여개 암호화폐거래소의 자금 흐름만 모니터링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난달 2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은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한 지점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

금융위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법) 시행령만 일부 보완하는 정도로 이번 대책에서 역할을 최소화했다. 이 마저도 은행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를 옥죄는 방식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은행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를 옥죄는 방식이다. 오는 9월25일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자는 신고하고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은행연합회를 통한다. 또 개별 암호화폐거래소와 입출금 계약을 맺은 은행들의 실사와 재계약 여부가 결국 거래소의 존폐를 결정하는 수순으로 판가름난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일부 감독권한을 강화하지만 이 또한 사후 자금세탁 여부 적발용에 가깝다. FIU는 △고객 거래내역분리 관리△예치금 분리관리 △미확인 고객과 거래금지△미신고 사업자와 거래금지△다크코인(주소이전 기록을 확인할 수 없는 암호화폐) 거래 금지 등의 의무를 부여하고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영업정지·신고 말소할 예정이다.

이마저도 임시방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안'이 통과되면 다시 제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부여당의 흐름은 여전히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해 '명확한 준비가 없음'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 관련 제도 보완도 기존의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만 갈음한다.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 행정개입도, 미국처럼 테스크포스(TF) 본격 출범도 아닌 어중간한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별 암호화폐를 당국이 일일이 관리하는게 아니다. 거래소만 불법 자금유통이나 투자자 피해방지장치 등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금융위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현재 논의의 수준이 '암호화폐거래소' 제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한계도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암호화폐를 활용한 결제는 물론이고 금융투자상품, 예적금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관련 대책도 연계된다. 미국 권거래위원회(SEC) 개리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고려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규제 지점은 거래소,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 등 거래 플랫폼 등이 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언급했다.

국내엔 아직 없지만 미국에선 활발히 거래되는 일종의 암호화폐 파생 상품인 '증권형 토큰'은 현행 증권법 포괄적용으로 투자자 보호방책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겐슬러 위원장은 "최근 몇 주간 가상자산 일일 거래량은 1300억~33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런 거래의 대부분은 미등록 거래소에서 발생해 규제 당국에 보고되지 않는다"며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증권형 토큰들도 연방증권법을 준수하지 않은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피해 규모가 큰 토큰 사례를 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에 대한 관리감독 의지도 언급했다. 토큰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도 증권법으로 제재 가능하다고 의미다. 겐슬러 위원장은 " ICO 사업자들도 연방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사를 일관성있게 전달했다"며 "이러한 자산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도 증권법을 적용해 제재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금융당국, 관련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디지털자산 워킹그룹(태스크포스)을 만들고 '새로운 트랙'을 만들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은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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