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따라 사고팔고…직접 '공매도 세력'이 돼봤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1.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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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공매도 세력'이 돼 보기로 했다. 주식 좀 해 본 사람 치고 공매도 세력에 욕 안 해본 사람은 없지만 직접 해보고 욕하는 것과 해보지도 않고 욕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물론 공매도를 욕하기 위해 공매도를 해보겠다는 건 아니다. 정부의 개인 공매도 활성화 대책 이후 실제로 개인이 원활하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지, 개인도 공매도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공매도를 둘러 싼 오해와 불만은 사실인지 등을 확인해보자는 차원이다.



개미(개인 투자자)가 공매도에 갖는 불만은 다양하다. 어떻게 없는 주식을 팔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트린다,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조작한다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억측으로 '공매도=사기'라는 누명을 쓰기도 한다. 공매도 투자자를 '작전 세력' 처럼 '공매도 세력'으로 부르는 것부터 이미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긴다.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만의 놀이터라는데 있다.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는 있지만 종목과 수량에 제한이 있다보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공매도 거래대금의 99%가 기관·외국인이라는 점이 이같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는 동안 많은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처벌을 강화했다. 대차시스템 전산화와 시장조성자 업틱룰(직전 체결가보다 공매도 호가를 낮게 제시할 수 없는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무엇보다 개인의 대주풀(빌릴 주 있는 주식)을 기존 205억원에서 2조4000억원 규모로 확대하면서 개인도 적극 공매도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에서 개미도 할 수 있는 공매도로 '공매도의 민주화'가 이뤄진 것이다.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 캡쳐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 캡쳐


2시간이면 OK…간단한 공매도 준비 과정
한국거래소 공매도 모의거래 사이트한국거래소 공매도 모의거래 사이트
공매도를 하기까지 준비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선 공매도를 하기 위해선 증권사와 신용대주약정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신용융자(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와 마찬가지로 주식을 빌리기 위한 절차다. 신용대주계약은 대부분 HTS상으로 처리가 된다.


금융투자교육원의 온라인교육 30분을 받고,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모의거래 1시간도 이수해야한다. 두 가지 과정을 마치면 인증번호가 나오는데, 이를 증권사 HTS에 입력하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해 요청하면 교육이수로 처리가 된다.

여기까지 마치면 공매도를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난다. 따로 지점을 방문하거나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은 없었다. 공매도를 시작하기까지 준비 과정은 대략 2시간이면 충분했다.

시드머니 100만원 공매도 도전…결과는?
공매도를 위한 준비는 끝났다. 중요한 건 어떤 종목을 공매도하느냐다. 일반적인 매수 거래와 마찬가지로 공매도 역시 종목을 고르는 일이 중요하다.

시드머니는 100만원을 준비했다. 누군가에게는 푼돈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아무리 체험기라해도 손실은 단 돈 1원도 용납할 수 없다. 투자를 했다면 이익을 내는게 인지상정.

첫번째 공매도 전략은 '기관·외국인 공매도 따라하기'다. 매수 투자를 할 때도 기관·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을 따라 사는 전략을 사용하듯이, 공매도 역시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을 따라서 공매도하는 전략이다.

지난 18일 첫 공매도 타깃으로 삼은 종목은 골프존 (81,700원 ▲300 +0.37%)이었다. 스크린골프의 인기로 실적이 크게 성장하면서 주가도 급등했는데, 일부 기관들은 과매수 구간으로 판단하고 공매도를 시작했다. 골프존은 지난 3일 공매도 재개 이후 17일, 25일, 27일 총 세차례에 걸쳐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공매도 따라하기' 전략에 따라 골프존 공매도를 시도했지만 불가능했다. 공매도를 위해선 우선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빌릴 수 있는 주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주 가능 종목은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기자가 사용 중인 증권사에서는 골프존 대주를 할 수 없었다. 공매도가 몰리다보니 대주 잔고 역시 고갈된 것이다.

최근 급등한 현대바이오 (20,250원 ▲150 +0.75%)도 공매도를 하고 싶었으나 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증거금율 100% 종목이어서다. 신용융자과 마찬가지로 공매도 역시 증거금율 100% 종목으로 지정되면 공매도는 불가능했다. 신용융자를 위해 담보로 잡은 종목을 대주 재원으로 활용하다보니, 신용이 불가능한 종목은 공매도도 불가능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종목도 물색해 봤지만 실제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종목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일단 당일 급등하거나 급락한 종목은 공매도 대상종목이 아니었다. 정부 규정에 따라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으로만 공매도가 한정됐는데, 변동성이 큰 종목들은 대개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한정해 몇 번을 더 찾아본 결과 한미사이언스 (32,000원 ▼700 -2.14%), 이지홀딩스 (3,120원 ▼25 -0.79%), 상아프론테크 (21,850원 ▼250 -1.13%) 3종목을 공매도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지홀딩스와 상아프론테크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한미사이언스는 당일 최고 10% 가량 폭등하면서 공매도 수익률은 반대로 마이너스 7% 가까이 떨어졌다.

그 다음 거래일(5월20일)에는 전략을 다소 수정했다. 공매도 투자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고평가 자산 매도하기'와 '악재에 팔기' 전략이다. 매수 종목을 선택할 때 저평가 종목을 골라 매수하듯, 공매도 역시 고평가 종목을 공매도한다면 주가 하락으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악재가 있는 종목 역시 공매도하기 좋은 대상이다.

선택한 종목은 네이처셀 (8,500원 ▼290 -3.30%), HMM (15,500원 ▲840 +5.73%), 한전기술 (54,800원 ▼1,700 -3.01%),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이었다. 네이처셀은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임상 3상 성공 발표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기대감이 과도하게 선반영된 상황이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보유한 한전기술 역시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12개월 전망 PER(주가순이익비율)은 120배까지 올랐다. HMM은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고, 메리츠증권은 배당정책 변화라는 악재로 주가가 급락 중이었다.

하지만 이날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은 메리츠증권뿐이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네이처셀은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증거금율 100%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였고, 한전기술과 HMM은 대주 잔고가 없었다. 이날은 메리츠증권과 추가로 컴투스를 공매도했으나 그 다음날 주가가 반등하면서 공매도는 손실로 끝이 났다.

파랗게 질린 공매도 계좌파랗게 질린 공매도 계좌
그 다음날(5월21일)에는 모든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한전기술 공매도를 시도했다. 전날 대주잔고가 없었던 한전기술은 이날 50주 대주 잔고가 남아 공매도가 가능했다. 충분히 고평가 상태라고 판단했다. 운이 좋게 공매도한 당일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수익이 조금 났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 26일부터 주가는 다시 크게 반등했고 공매도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100만원으로 시작한 공매도 계좌는 약 일주일 만에 82만5280원이 됐다. 수익률은 마이너스 18%. 공매도 세력의 최후(?)다.

공매도 세력의 최후공매도 세력의 최후
대주 물량 확대 시급…'K대주시스템' 기대

3거래일 간의 실전 공매도를 해 보면서 느낀점은 우선 공매도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다. 공매도를 하려면 우선 주식을 빌려야하고, 팔고 난 다음에 주가가 떨어지만 다시 매수해 주식을 갚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복잡해 보인다.

실제 공매도는 간편했다. '대주매도' 버튼 하나면 대주와 매도가 일괄 처리된다. 별도로 주식을 빌리고 팔아야하는 번거로움 없이 일반적인 매수 주문처럼 버튼 하나로 모든 주문이 자동 처리되는 시스템이다. 매수한 뒤 주식을 상환하는 절차도 마찬가지로 '매수상환' 버튼 하나면 완료된다.

'없는 주식을 판다'는 개념이 어려워 보이지만 단순화하면 매수-매도 순서만 바뀔뿐이지 일반적인 매수 거래와 같은 개념이다. 매수 가격보다 매도 가격이 높으면 수익이 나는 단순한 구조다.

공매도 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해도 공매도 할 주식을 찾는 일은 또 다른 얘기다. 네이처셀이나 현대바이오처럼 신용 불가 종목은 공매도를 할 수 없었고, 골프존과 같이 대주잔고가 없는 종목도 불가능했다. 공매도 가능 종목이 코스피200·코스닥150에 한정돼 있다보니 변동성이 높은 종목은 웬만하면 공매도 불가 종목이었다.

공매도의 목적이 단기간에 높은 차익을 올리는데 있다는 걸 감안하면 변동성이 높은 종목의 공매도를 제약하는 것은 개인의 공매도 유인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매도 잔고 부족 현상은 필히 개선할 사항으로 꼽힌다. 아무리 대주풀을 확대했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종목에 대주 잔고가 없다면 공매도는 그림의 떡일뿐이다.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미의 불만도 이해할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개인의 대주 잔고는 318억원으로 전체 대주풀 2조4000억원의 1.3%에 불과하다. 개인이 공매도 할 수 있는 주식의 1.3%만 쓰이고 있다는 의미다. 대주 물량이 특정 대형주 몇개에만 쏠려 있고 변동성 높은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개인의 대주 이용률도 떨어진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상호간 대차를 통해 얼마든 공매도를 위한 주식을 확보할 수 있지만 개인은 한국증권금융이 제공하는 대주 수량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분명 한계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전히 개선이 요원했다.

그래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매매 옵션이 하나 더 추가 됐다는 점에서 분명 이번 개인 공매도 활성화는 의의가 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개선전에 비해 확대된 대주 물량과 종목으로 개인의 공매도 편의성도 향상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의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공매도 금지 전(2019년1월~2020년3월) 일평균 29억원에서 현재는 97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개인 공매도 비중은 0.8%에서 1.6%로 올랐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K대주시스템이 구축되면 대주 물량은 증권사별로 배분되는 방식이 아니라 K대주시스템을 통해 개인에게 직접 배정될 것"이라며 "대주 물량 부족현상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의 생생한 체험담은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서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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