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M엔터테인먼트
그리스어로 '가면'이란 뜻의 페르소나는 타인에게 보이는 외적 인격을 말한다. 멀티 페르소나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가면을 바꿔쓰듯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현실에서 '본캐'(본래 캐릭터)로 살아간다면 가상현실에선 자신의 본업과 성격을 변주한 '부캐'(부가 캐릭터)로 변신하는 셈이다.
주용완 강릉원주대 교수는 한국인터넷진흥원 보고서에서 "디지털·다매체 시대의 가속화로 페르소나가 중요한 개념으로 떠올랐다"라며 "메타버스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자신의 원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100% 자유도"라고 분석했다.
가상현실에서라도 구찌 입자…'부캐'에 지갑 여는 Z세대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의 아바타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의 아바타(왼쪽부터)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이에 제페토 문을 두드리는 유통기업도 늘고 있다.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지난해 9월 제페토에 2021년 봄·여름(S/S) 컬렉션을 최초 공개했고 구찌는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Gucci Villa)'가 문을 열었다. BGF리테일도 제페토에 'CU 제페토한강공원점'을 열었으며 MLB·DKNY·나이키·디즈니 등도 입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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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최근 시작한 20대 이용자 박모씨는 "현실에서 구찌는 수백만원대이지만, 제페토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착장'해도 1만원"이라며 "현실에선 소심한 성격인데, 제페토에선 처음 본 아바타와 사진도 찍고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대화 중에 자리를 뜰 수 있어 보다 과감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실 묘사에 그친 가상현실…실재감 더 높여야"다만 현재 메타버스는 현실을 묘사한 수준에 그치다 보니 진정한 메타버스를 구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게임사 '밸브'가 지난해 선보인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이용자가 게임 속 사물의 무게감까지 느끼도록 해 현존 최고의 VR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사물의 촉감이 느껴지지 않고 달리기 등이 인식되지 않아 실재감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VR기기뿐 아니라 실감형 콘텐츠, VFX(시각특수효과) 기술력 등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은 "메타버스 시대에는 실제 오프라인 세상 속 사람들의 생활과 일하는 방식을 온라인에 그대로 구현해 차이가 없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메타버스 기업은 오프라인 고객 경험과 온라인 구현 기술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현실을 그대로 가상현실로 옮겨놓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저서 '메타버스'에서 "현실 세계의 실재감을 완벽하게 구현해주는 기술이 등장한다면 자칫 본인이 있는 공간이 가상세계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현실과 가상세계 사이의 경계를 무너트려도 될지는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