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의 의도치 않은 연합작전 '코인 비틀기'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1.05.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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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을 지핀 미중 패권 경쟁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에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연준과 중국 인민은행은 비트코인 규제에서 동일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계속되는 중국의 비트코인 규제
중국의 암호화폐(가상자산) 규제가 미국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 4월18일 보아오포럼에서 리보 중국인민은행 부총재가 비트코인은 암호'자산'이며 투자대상이지만, '화폐'는 아니라고 강조한 게 시발점이다. 리 부총재는 암호자산으로 인한 금융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들어 중국에서는 암호화폐, 특히 채굴업체에 대한 규제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17일 네이멍구 자치구 발전개혁위원회는 '암호화폐 채굴업체 제보 플랫폼 설립에 관한 공고'를 발표하며 암호화폐 채굴과 관련된 모든 업체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중국 인터넷금융협회, 중국 은행업협회, 중국 지불청산협회가 공동으로 '암호화폐 거래 및 투기 리스크 방지에 관한 공고'를 발표하면서 암호화폐는 화폐 기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며칠 뒤인 21일에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주재한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에서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 규제정책에 쐐기를 박았다.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중국 금융감독시스템의 최상위 회의체다.

중국 비트코인 채굴현장 /사진=중국 인터넷중국 비트코인 채굴현장 /사진=중국 인터넷
곧이어 채굴업체 규제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네이멍구 자치구 정부가 25일 '암호화폐 채굴행위 규제에 관한 8개 조항(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2월말부터 채굴업체를 정리하겠다고 밝혀 온 네이멍구의 채굴업체 규제 완결판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무원에서 규제 방침을 결정하고 이어 지방정부가 구체적인 규제책을 내놓은 방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 조치는 이제 시작 단계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향후 1만달러 이상 암호화폐 거래시 국세청(IRS) 신고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비트코인의 65%를 중국에서 채굴
국가별 비트코인 채굴비중 /사진=캠브리지대학 대체금융연구소 홈페이지 캡처국가별 비트코인 채굴비중 /사진=캠브리지대학 대체금융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중국과 미국의 암호화폐 채굴업체 규제 온도차가 큰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전 세계 비트코인의 약 3분의 2가 중국에서 채굴되기 때문이다. 캠브리지대학 대체금융연구소의 비트코인 채굴지도(Bitcoin Mining Map)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에서 채굴된 비트코인이 65.1%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미국(7.2%), 러시아(6.9%), 카자흐스탄(6.2%), 말레이시아(4.3%), 이란(3.8%) 순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암호화폐에 대해 규제 스탠스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 조치를 앞서 내놓는 데는 막대한 전기 소모량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도 신장지역에서 채굴되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채굴량의 35.8%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그 다음은 쓰촨(9.7%), 네이멍구(8.1%) 순이다. 봄과 여름에는 수력발전소가 많은 쓰촨지역에서 채굴하고 겨울에는 신장, 네이멍구로 이동해서 화력발전소의 전기를 이용하는 등 철새형 채굴업체도 많다.

중국 내에서 분석하는 정부의 비트코인 규제 원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추측은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위안화 발행주체인 중국인민은행 부총재가 비트코인을 암호'자산'으로 규정하며 화폐 기능이 없음을 강조한 것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도 CBDC 발행?
CBDC 관련 내용을  말하는 파월 의장 /사진=미국 연준 홈페이지 캡처CBDC 관련 내용을 말하는 파월 의장 /사진=미국 연준 홈페이지 캡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중앙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을 준비 중이다. 가장 앞선 바하마는 이미 디지털 화폐를 발행했고 중국은 약 50만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용을 실시했다. 미국 역시 디지털 달러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 20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연준 홈페이지에 올린 5분 분량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연준의 초점은 '혁신을 포용'하면서 미국 가계와 기업에게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지급시스템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CBDC 발행을 연구하고 있으며 여름에 CBDC의 장점과 리스크에 관한 토론논문(discussion paper)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CBDC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을 활성화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은행이 화폐발행이라는 막대한 권한을 민간에게 넘길 리가 없다. 이 점에서는 미 연준과 중국인민은행은 같은 편이다. 암호화폐라는 토끼를 쫓는 느림보 거북이(중앙은행)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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