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앞서 NH투자증권은 2019년 11월에도 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기업의 ESG 현황을 알리는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명실상부한 국내 금융투자업계 IB(투자은행) 강자 NH투자증권이 ESG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NH농협금융지주에서 선포한 'ESG 전환(Transformation) 2025' 비전에 발맞춘 행보다.
◇업계 최초 ESG 리포트 발간, 투자 새 지평 연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ESG 이슈는 지금과 달리 낯선 이슈에 불과했었다. 기존의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는 △거시 경제 이슈 전망 △분석 대상 기업이 속한 산업의 업황을 둘러싼 주요 이슈 △해당 기업의 시장 점유율 및 경쟁 우위·열위 요소 △해당 기업의 실적 전망 △해당 기업에 적용할 주요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방법론 설명 및 투자의견·목표주가 제시 등 내용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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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의 보고서는 완전히 달랐다. 2019년 6월 NH투자증권의 첫 ESG 리포트에는 △삼성전자(IT·반도체) △현대차(운송장비) △LG화학(화학) △포스코(철강·소재) △SK(지주) △SK텔레콤(통신) 등 국내 주요 업종을 대표하는 15개사에 대한 종전 분석 내용을 비롯해 ESG 관련 주요 이슈들이 총 망라됐다. 즉 해당 기업과 업종이 직면한 ESG 각 부문별 주요 리스크 요인들과 해당 기업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등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NH투자증권의 ESG리포트 발간은 일회성 보여주기 식 행사로 끝나지 않았다. 2020년 6월과 11월 각각 발간된 2회, 3회차 ESG리포트는 각각 국내 주요 15개사에 대한 ESG 정보 및 기업 분석 정보를 담았다. 1회차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2,3회차 ESG리포트 역시 국문·영문 버전이 동시에 발간됐다.
상대적으로 ESG 투자문화가 낯설었던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실질적 투자 의사결정에 참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기업들의 ESG 경영현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해외 기관 투자자들에게 '한국형 ESG 경영'을 소개한다는 목적에서였다. 이같은 노력은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이 산업계, 당국·국회에 이르기까지 대거 확산된 올해 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쉬운 ESG투자 돕는다, ESG인덱스 개발
NH투자증권은 19일 여의도 NH투자증권 파크원 신사옥에서 KIS채권평가와 '전략적 지수사업 제휴 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네번째부터) KIS채권평가 윤기 대표와 NH투자증권 정용석 부사장이 임직원들과 업무협약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2019년 9월 출범해 지난해 정식 부서로 승격된 NH투자증권의 인덱스사업 TFT(태스크포스팀)는 현재까지 5개 종류의 ESG 인덱스를 개발해 출시했고 NH투자증권의 ESG 인덱스는 곧 8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아이셀렉트'(iSelect)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일련의 ESG 인덱스 중 눈에 띄는 것이 'iSelect ESG 지주회사 인덱스'다. ESG 이슈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큰 지주사들을 테마로 선제적으로 개발해 눈길을 끈다.
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지속가능발전소㈜와 제휴해 기업의 지배구조와 리더십, 노사관계와 업무 문화, 환경 기여도를 딥러닝 기반으로 실시간 자동 평가하고, 이를 누적해 분기별 리밸런싱을 가능하게 한 지수다. NH투자증권은 향후 섹터별 ESG 인덱스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직접 ESG 친화적 경영·투자 실천
/사진제공=NH투자증권
기업-투자자 사이의 가교라는 전통적 금융투자 사업자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NH투자증권은 직접 ESG 친화적 경영을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공격적으로 직접 자금을 조달해 ESG 사업에 투자하는 등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올 2월 NH투자증권은 금융투자회사 최초로 ESG 채권을 발행해다. 당시 최초 모집 예정금액은 1000억원이었으나 발행예정금액의 6배를 넘는 응찰에 힘입어 최종 1100억원으치를 발행했다. NH투자증권은 이 자금을 친환경·녹색 사업과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분야 투자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이 직접 ESG 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3월 NH투자증권은 계열사 NH아문디자산운용과 함께 북유럽 현지 자산운용사인 '캡맨 인프라'(Capman Infra)를 통해 스웨덴 에버튜링엔 풍력 발전소 지분 50%를 매입했다.
발전용량 235㎿의 에버튜링엔 풍력 발전소는 연간 최대 26만5000 가구의 아파트에 친환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유럽 최대 규모 풍력발전 단지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사회책임투자를 지향하는 금융상품 선별 및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투자, 금융자문 및 주선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태계 보존에 앞서기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보다 직접적 형태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18년 한국임팩트금융에 1억9000만원(지분율 6.43%)을 출자했다. 임팩트 금융이란 사회적 금융의 한 종류로 성장 사다리펀드 내 사회투자펀드, 사회적 기업 모태펀드, 사회적 기업의 크라우드 펀딩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공격적 투자형태를 일컫는 용어다.
NH투자증권은 당시 출자에 대해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 지원을 활성화하고 정부의 생산적 금융, 사회적 금융 강화 정책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투자회사의 특성을 살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활동으로 향후 지원 및 투자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한 IB, 따뜻한 IB 추구하는 NH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제공=NH투자증권
대표적인 것이 NH투자증권이 올 4월 개발한 '상생채권신탁 시스템'이다. 건설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수급인(하청업체)이 보유한 하도급 대금을 신탁사에 신탁해 공사대금을 신탁계좌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하청업체 부실로 공사대금에 대해 가압류 및 회생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이 대금에 대한 강제집행은 금지된다.
현재 하도급 대금 지급 체계는 수급인(대형 시공사)이 하수급인(전문건설사)과 하도급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 상생채권신탁 시스템을 도입하면 하수급인에게 부실이 발생해도 하도급 대금은 보전돼 노무자와 자재·장비 업자 등에게 바로 대금지불이 가능해진다. 공정지연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승완 NH투자증권 재산신탁부장은 "기존의 직접지급 시스템은 압류 및 회생 등에 취약해 하도급대금 청구 채권에 가압류가 걸릴 경우 체불을 유발해 법적 다툼에 따른 공사 지연 위험이 있었다"며 "상생채권신탁시스템을 활용하면 하수급인의 부실, 회생 등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계약해지 없이 하도급대금을 일용직 근로자나 자재·장비업자 등에게 직불 할 수 있어 원활한 공사 진행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로서 농촌 지역과의 상생협력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19년부터 농협재단과 협력해 '농촌 마을 공동체 전기 인덕션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농촌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 마을공동체의 취사시설을 전기인덕션으로 교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NH투자증권은 화훼농가 지원사업도 추진 중이다. 전국 화훼농가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입학식, 졸업식 등 각종 행사 취소로 어려움을 겪자, 약 3억원 상당의 꽃을 구매해 사업부별 주요 고객에 감사선물을 전했다. 올해에도 약 3억5000억원 규모의 꽃을 사들여 설 선물과 고객 사은품으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