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바람이 불고 있다. 전조는 4·7 재보궐 선거 직후부터 감지됐다. "참패도 참패지만 야당 초선 의원 전원이 선거 다음 날 '결코 우리 당이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가겠다'는 기자회견 하는 것을 보고 정말 이러다 정권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선거 며칠 후 만난 민주당 의원, 이 의원은 이후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국민의힘에 비해 타이밍도 늦은 '초선 5적들의 '반란'은 친문 강성 지지층에 의해 단숨에 제압당했다.
왜 갑자기 이준석일까. 인지도를 빼놓을 수 없다. 25세에 정계에 입문, 서울에서 내리 3번 낙선. '0선' 이지만 비상대책위원, 최고위원을 거치며 쌓은 정치 이력만 10년, 웬만한 초·재선보다 경험이 풍부하다. 라디오든 TV든 어느 방송 시사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려도 등장한다. 방송가에선 이준석 만큼 섭외가 쉬운 정치인이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마다 않고 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그 바닥이 어떤 곳인가. 한마디로 '얘기가 되는 선수'니까 섭외에 나선다.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선거는 신구 세대 간 충돌이다. '수꼴' '꼰대' 정당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장면이다. 이준석의 등장으로 영남 대 비영남 지역주의 얘기가 선거 전면에서 사라졌다. 보수 야당의 세대 교체에 대한 갈구, 나아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 표출이 근저에 있다. "전쟁 경험이 없는 장수" "비닐 우산으로 태풍과 폭우를 막을 수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쌓인 지혜를 이용해야 한다" 중진들의 반격은 그만큼 돌풍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송영길 대표와 이준석이 마주 앉는다면…민주당에서조차 보수 야당의 변신에 놀라움, 부러움, 두려움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다. 정세균 전 총리는 39세에 영국 노동당 당수를 지낸 밀리 밴드를 끄집어 내며 집권 실패를 언급했다. 30대나 40대 초반이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41세 노동당 대표, 44세에 총리에 오른 토니 블레어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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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얘기가 나왔으니, 이준석 돌풍에서 아쉬운 대목 하나. 당 대표가 되면 당을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젊다는 것에 능력 우선·공정 경쟁·계파 청산 외 떠오르는 것이 없다. 블레어는 "나라를 바꾸는 것보다 당을 바꾸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국유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100년 전통의 노동당이 미신 같이 믿었던 신념, 스스로 시대 변화에 못 맞췄다는 반성, 그 상징을 과감하게 걷어내며 집권에 성공했다. 당 대표, 아니 그 이상을 꿈을 끄고 있을지 모를 이준석의 승부수는 뭘까.
물론 이를 묻기에 앞서 우선 통과해야 할 관문이 만만치 않다. 당심 70%, 민심 30%의 경선 방식. 일반 국민 지지만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도 나경원, 주호영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 비대면 선거전.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결과를 예단하기 이르다. 이준석의 돌풍이 보수 야당의 세대교체, 나아가 기존 정치 페러다임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여의도를 흔들고 있는 국민의힘의 역동적인 전당대회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