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에서 코로나19 백신까지'…바이오 뛰어든 중견그룹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5.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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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일진·한국콜마, 바이오 자회사 신설 및 투자 확대…HK이노엔은 2조 가치 IPO 추진

'신약개발에서 코로나19 백신까지'…바이오 뛰어든 중견그룹


오리온부터 일진그룹, 한국콜마에 이르기까지 바이오 업종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중견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바이오 벤처투자로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바이오 사업의 성장성이 기존 사업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면서 바이오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바이오 사업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진그룹은 그간 그룹사 내에서 바이오업종 투자를 주로 맡았던 일진라이프사이언스, 일진에스앤티 외에도 최근 일진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김영화 일진라이프사이언스 대표가 일진바이오사이언스 대표를 겸임한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오 업종 내 M&A(인수합병) 등을 모색하며 신약개발물질 및 주요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현재 SK바이오팜 출신을 포함 기존 바이오업종 인력을 확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그룹은 일진에스앤티를 통해 바이오 벤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일진에스앤티는 일진라이프사이언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표적단백질 분해 신약개발업체 오토텍바이오에 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2011년 SK바이오팜 출범 당시 대표직을 맡았던 박상훈 전 SK바이오팜 대표가 일진에스앤티 대표를 맡고 있다.

일진그룹은 2010년 캐나다 바이오벤처인 오리니아파마슈티컬스(AUPH)에 투자해 1000억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거둔 바 있다. 오리니아파마슈티컬스는 올해 1월 루푸스신염(루푸스콩팥염) 치료제 루프카이니스(성분명 보클로스포린)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신약 승인을 받았다.

오리온은 이달 초 암 진단키트 개발업체인 지노믹트리와 손을 잡고 중국 진출을 선언했다. 오리온의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 (14,140원 ▼70 -0.49%)지노믹트리 (21,850원 ▼1,050 -4.59%)는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의 중국 내 합자법인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6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진단키트 사업을 위해 오리온의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중국 국유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은 각각 65%, 35%의 지분을 투자해 산동루캉오리온바이오기술개발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산둥루캉의약은 중국 산둥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견 제약기업으로 중국 항생제 생산 '빅4 기업' 중 하나다.

중국은 연간 28만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의료기관 내 대장 내시경 장비의 보급률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 재정 부담 해소를 위한 중국 정부의 암 조기진단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대장암 진단키트에 대한 시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부회장은 "임상시험, 인허가를 비롯해 진단키트의 양산화까지 성공적으로 마쳐 'K-바이오'의 성공 사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HK이노엔은 한국콜마 (47,500원 ▲350 +0.74%)가 2018년 1조3100억원에 인수한 CJ헬스케어가 전신으로 코로나19로 화장품 사업이 주춤한 사이 HK이노엔이 이끄는 전문의약품 사업이 그룹의 주요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회사는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한국콜마는 HK이노엔의 코스닥 상장에 앞서 5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상장 전 지분율을 기존 50.7%에서 54.3%까지 높였다. 시장에선 회사의 상장 시 기업가치를 2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 5984억원, 영업이익 870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사업분야는 케이캡(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헤르벤(고혈압치료제), 로바젯(고지혈증 복합제) 등 전문의약품 제조와 건강기능성 식품 판매다.

올해부터는 한국MSD와 백신 공동판매 계약을 맺으며 백신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자궁경부암(HPV) 백신 가다실 등 MSD 백신 7개 품목의 공동판매를 맡았다. '가다실'과 '가다실9'은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으로 시장에선 신규 백신 판매로 인한 매출 추가 효과를 약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IN-B009'의 임상 1상을 앞두고 있다. 백신 후보물질은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제조해 투여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으로 8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융합연구단)에서 기술이전을 받았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HK이노엔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73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며 "MSD백신 판권 확보와 케이캡 고성장으로 한국콜마의 실적 성장 전반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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