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tvN
열성 팬을 양성하며 화제리에 방송 중인 tvN 월화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 극본 임메아리, 연출 권영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탁동경(박보영)이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유가 되는 존재 멸망(서인국)과 목숨을 건 계약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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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이들의 이야기. 동경은 우연히(?) 뱉은 자신의 말 한마디를 이뤄주겠다며 찾아온 멸망이 무섭기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무엇보다 동경의 소원이 철회되는 방법은 동경이 사랑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뿐. 유일한 혈육인 동생 선경(다원)을 잃을 수 없던 동경은 새로운 사랑의 상대를 찾아 나서고, 그런 동경에게 멸망은 자신을 사랑하는 최초의 인간이 될 것을 제안한다.
죽지 못하는 불멸의 존재이기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던 멸망은 동경의 소원을 핑계로 '소멸'을 꿈꾼다. 이와 함께 동경의 소원을 철회하고, 죽음으로부터 동경도 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동경은 멸망이 소멸한 뒤 자신이 행복하게 살 자신이 없다며 제안을 거절한다. 대신 “네가 날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멸망은 이를 들어줄 수 없다고 거절하지만, 이내 애틋한 키스로 화답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입맞춤 직후 멸망이 사라지고, 그를 탄생시킨 소녀신(정지소)의 내레이션이 더해지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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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작가가 만든 ‘멸망’의 세계관은 ‘로코(로맨스 코미디)’의 장인이라 불리는 박보영과 서인국의 탄탄한 연기를 만나 새롭고도 흡입력 강한 이야기가 됐다. 다수의 작품에서 증명된 박보영의 거부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은 ‘멸망’에서도 빛을 발한다. 날카로운 눈빛에 녹아있는 서인국 특유의 츤데레(까칠한 행동과 달리 속마음은 따뜻한) 매력은 자칫 높게 느껴질 수 있는 판타지 로맨스의 장벽을 허문다.
보는 사람에 따라 겉모습은 물론 나이, 성별까지 달리 보인다는 멸망. 그의 진짜 모습은 동경만이 알고 있다는 설정은 아직까지 이들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음을 짐작게 한다. 사라진 멸망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홀로 남아 망연자실하던 동경은 무엇을 알고 있을까. 회를 거듭할수록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숨을 불어넣은 대본에 있다. 또한 이를 차지게 형상화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어색할 수 있는 설정들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게 만드는 세련된 연출도 한몫한다. 그 덕에 6회까지 방송된 지금. ‘멸망’ 본방송을 본 후 다시 관람하고 다음주 월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시청자들이 기묘한 중독성에 '멸며들고' 있다.
조이음(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