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은 310억 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오는 2024년 1220억 달러(137조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평균 29% 이상의 높은 성장률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서비스 로봇의 성장세가 감지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올해 3월 발표한 '2019년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로봇 시장규모는 5조3351억원이며, 이중 전문 서비스 로봇이 3199억원, 개인 서비스 로봇이 3159억원을 차지했다.
여전히 제조업용 로봇(2조9443억 원), 로봇 부품·소프트웨어(1조7550억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방역로봇, 배송·물류로봇, 의료로봇 등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문 서비스 로봇의 경우 2018년(2953억 원) 보다 8%(246억원)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가격도 낮아지면서 성장 속도는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임플란트 수술 로봇 '요미'를 개발한 미국 의료로봇 스타트업 '네오시스'가 작년 7200만 달러(약 81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이스라엘 안과 수술 로봇 스타트업 '포사이트'가 110억 원의 시드투자를 받았다. 국내에선 토종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Revo-i) 등이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규제 개선·부품 국산화 숙제=하지만 로봇 시장 성장이 기대만큼 순탄치 많은 않다. 일각에선 강한 규제로 의료용 로봇 개발·상용화가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까다로운 식약처 인허가 과정,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나 긴 사업화 기간에 대한 부담감 등이 기업들의 진출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백서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바이오 로봇의 경우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이 엉켜 법률 개정이나 승인이 장시간 걸릴 때가 많은 데 그러면 신기술 적용·산업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미래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조정 및 선제적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서비스로봇 주도권을 쥐려면 '부품 국산화'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조정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2년 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여파로 국내 로봇 분야는 모터 감속기 등 핵심 부품 수급에 큰 차질을 겪었다. 조 연구원은 "로봇 센서·그립퍼·감속기·엔코더 등의 국산화 연구개발을 추진하면서 로봇용 멀티센서·피부·정밀제어시스템 등 미래·선도 기술도 동시에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준영 기자
돈되는 로봇 잡아라…관망하던 투자자 '돈 풀기' 시작했다◇한국로봇산업진흥원 "서비스 로봇시장에 뭉칫돈 유입...돈이 된다는 반증"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들에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동안 로봇시장은 중소벤처·스타트업 위주로 성장해 파이를 키우는데 한계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 흐름이 크게 바뀌는 중이다.
이는 투자업계의 스타트업 투자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로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출자는 물론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키우는 AC·VC도 크게 늘면서 투자업계에 막대한 유동성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시장은 △컴퓨터 프로세싱 파워의 향상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센서·사물인터넷(IoT) 확산 △초고속 통신 보편화 △클라우드·빅데이터 보급 △오픈소스 확산 등을 기반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시대 도래 △생산성 혁신 요구 △삶의 질 향상 추구를 비롯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트렌트 확산 등 사회적 요인도 서비스 로봇 활용의 촉매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끈후끈' 투자자들 대거 참석한 로봇 데모데이

유망 로봇기업들의 기업소개(IR) 피칭을 통해 국내·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국내 로봇기업 10곳이 먼저 국내 VC를 대상으로 IR 피칭을 진행한 후 해외 VC를 상대로 발표했다.
IR 피칭에는 △오퍼스원 △아임시스템 △피씨오낙 △코봇 △택트레이서 △로보링크 △힐스엔지니어링 △우리로봇 △효돌 △티티엔지 등이 참여해 각각의 플랫폼과 서비스를 설명하며 투자자들의 질문과 관심을 이끌어냈다.
국내 VC로는 △카카오벤처스 △DSC인베스트먼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엔슬파트너스 △로간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퓨처플레이 등 27개사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대거 참석했다. 해외 VC는 유럽·아시아·중화권 등에서 10곳이 참여했다.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예전에는 벤처·중소기업의 좋은 기술이 투자처를 만나지 못해 사장되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이들이 디지털 기술로 무장해 대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다"며 달라진 서비스 로봇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손 원장은 "로봇산업은 10년 전에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불렸으나 시장이 크지 않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제 미래산업으로 이름을 바꿔가고 있고 대기업들이 투자에 나섰다. 로봇산업이 돈이 된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오상민 로간벤처스 부대표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로봇을 활용한 효율화에 힘쓰는 기업들이 많다. 로봇이 이미 우리 실생활에 밀접해 있다는 것"이라며 "로봇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투자업계 "로봇산업의 태동기"

황 이사는 10여년 전 국내 최초의 초소형 무인비행로봇을 개발한 스타트업의 창업자 출신이다. 그는 "당시 비싼 부품을 넣고 기술력을 충족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스마트폰의 저렴한 부품이 로봇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어 "과거 로봇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리액션만 가능한 장난감 개념의 로봇만 시장에 나왔다. SF영화나 만화를 접하며 로봇에 대해 커진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황 이사는 "최근에는 로봇의 하드웨어가 저렴해졌을 뿐만 아니라 뇌(AI)가 들어가고 눈(카메라·센서 등)이 생겼고 말하는 기능도 고도화되면서 사람들의 기대치를 만족하는 포텐셜(잠재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드웨어적·가격적·기능적으로 만족시키는 것과 함께 기계를 더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MZ세대도 등장하면서 로봇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태동기·포텐셜'로 표현한 것은 여전히 갈 길이 멀었기 때문이란 이유다. 황 이사는 "현재 배달로봇·서빙로봇이 나오고 있지만 기능적으로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며 "기능적으로 만족하는 단계가 되면 확산기에 접어들 것이다. 여러 시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기대감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곳으로서 짧게는 3년, 길게는 5~7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태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