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젊어진 저축은행, 고금리 예금으로 2030 공략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1.05.2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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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이 달라졌다]②타금융권·빅테크에 비해 인프라 부족하지만 고금리 앞세워 무한경쟁 참전

디지털로 젊어진 저축은행, 고금리 예금으로 2030 공략


저축은행이 디지털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간편함과 효율성, 고금리를 앞세워 '경쟁력있는 금융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들은 이달 초 오픈뱅킹(모든 금융사의 계좌 조회, 결제, 송금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을 시작했다. 시중은행, 카드사 등 다른 금융업권과의 '디지털 무한경쟁'이 막을 올린 셈이다.



저축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다른 업권에 비해 늦은 건 사실이다.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봐도 1금융권 은행들이나 무섭게 성장중인 빅테크들에 비하면 기술적으로 뒤쳐진다. 태생적인 '규모'의 차이가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 수가 적고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은 디지털화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에 한계가 있다. 고질적 문제인 '이미지' 탓에 고객유치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핸디캡'을 감안하고 디지털화 대열에 합류한 것은 디지털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늦은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 디지털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은 최근 2년간 10배 가까이 늘었다. OK저축은행은 450억원 규모 '차세대 전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저축은행 최초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된 웰컴저축은행의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는 200만명을 넘겼다.

저축은행들은 디지털화를 매개로 '젊은 저축은행'으로 자리잡는다는 전략이다. 특히 20~40대 젊은 고객들은 저축은행에 대한 선입견이 적다. 편하고 혜택이 크다면 저축은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수신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이 공략할 '틈새시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지역'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저축은행은 각 지역 내 관계형 영업에 의존해왔다. 이제는 디지털화 덕에 전국 어디에서나 저축은행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BI저축은행은 이달 1일부터 '사이다뱅크', '스마트뱅킹'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이다뱅크는 국내 금융사 최초로 급여순환이체 서비스(여러 계좌의 급여 이체 실적을 한 번에 달성할 수 있는 기능)를 제공한다. 아울러 연 최고 4% 금리를 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2018년부터 모바일 플랫폼 개발을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사이다뱅크 앱을 내놓은 건 2019년 6월이다. 개발 단계부터 소비자 혜택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이다뱅크 출범 전인 2019년 상반기까지 SBI저축은행 디지털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은 7만명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사이다뱅크 출범 이후 디지털뱅킹 이용고객 수(누적)는 △2019년 15만명 △2020년 50만명 △2021년(5월) 70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고객 70만명 중 20~40대 비중이 95%에 달한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플랫폼 출시 이후 과거 중장년층 위주의 고객이었던 저축은행 업계에 20~40대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됐다"며 "이미지 개선 뿐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저축은행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다른 금융사의 오픈뱅킹에서 OK저축은행 입출금예금 계좌를 등록할 경우 우대금리 0.1%p를 준다. 오픈뱅킹을 발판으로 저축은행을 이용한 적이 없는 고객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LG CNS-뱅크웨어글로벌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고 '차세대 전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도화된 금융상품과 금융환경에 걸맞는 IT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약 450억원 규모를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플랫폼이 강화되며, 2금융권의 진입장벽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뱅크'를 지향한 웰컴저축은행은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모바일뱅킹 앱 '웰컴디지털뱅크(웰뱅)' 누적 다운로드 수는 215만건을 넘어섰다.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웰뱅은 2018년 4월 출시됐다. 지난해 12월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웰뱅을 이용하는 활동고객은 월 25만명, 간편 송금·이체 누적거래금액은 6조7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저축은행 최초로 마이데이터 1차 사업자로 선정됐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일환으로 여유자산이 아닌 부채 중심의 자산관리를 해주는 특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각 금융사에 흩어져있는 대출 상품을 한 눈에 보여주고 상환일·이자 등을 고객에게 알려주는 기능이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접근성과 편의성이 향상되면서 고객들이 빠르게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화가 저축은행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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