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앤씨, '고의 상폐' 논란에도 '묵묵부답'…주주만 속탄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김영상 기자 2021.05.26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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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상폐 논란]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상장폐지 한다는데 속만 타는 건 우리 주주뿐이네요."

에스앤씨엔진그룹 (21원 ▼5 -19.23%)(이하 에스앤씨)의 상장폐지 흐름을 두고 고의 폐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주들의 가처분 신청으로 상장폐지 절차가 간신히 정지된 상태인데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주주들이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애쓰는 정작 에스앤씨 본사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주주들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고의 상장폐지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충분한 자금력과 영업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폐지를 통해 2대 주주의 지분을 무력화하는 그림이란 설명이다. 결국 최대주주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에 개인 투자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폐에도 '묵묵부답' 에스앤씨 본사…주주만 애가 탄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에스앤씨는 2009년 코스닥에 상장한 중국 지주회사다. △복건성강시산리엔진유한공사 △진강시청다기어유한공사 △진강신리부동산개발유한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디젤엔진과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며 부동산 관리사업도 영위한다. 모두 중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에스앤씨는 상장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 11년 연속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9월말에는 자기자본 4598억원, 현금성 자산만 2000억원이 넘었다. 상장 당시보다 3배 이상 성장했다. 준수한 실적을 이어온 에스앤씨에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된 건 지난해 3월부터다.

에스앤씨는 2020년 3월 24일 자회사인 △복건성진강시산리엔진유한공사 △진강시청다기어유한공사가 중국 환경보호국의 폐수처리시스템 시정 행정명령으로 생산을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각각 전체 매출의 38.72%, 53.61%를 차지하는 주요 자회사의 생산 중단은 거래정지로 이어졌다.

문제는 그 이후 에스앤씨의 태도다. 에스앤씨는 영업 재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주와 소통도 없었다. 반면 지난 2월 중국 현지 방송에 전기차 업체 BYD 부품 납품을 밝히는 등 활발한 홍보를 벌이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6월에는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주요 생산시설 중단으로 지속적인 사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거래소는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에스앤씨는 개선계획서는 물론 코로나19로 실사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보고서도 미제출했다.

결국 에스앤씨는 법정제출기한인 5월 10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3일부터 7거래일간 정리매매 후 25일 상장폐지될 예정이었다. 12일 에스앤씨 주주들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면서 상장폐지 절차가 보류된 상태다.

에스앤씨 투자자는 "지난 3월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알기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했을 때만 해도 에스앤씨 측은 '4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임시주총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그러나 주총은 열리지 않았고 주주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 위한 유증 실패…마지막 방법은 고의상폐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에스앤씨가 고의 상장폐지를 선택한 이유로는 경영권 유지가 꼽힌다. 우선 에스앤씨 지분 구조부터 살펴보자. 애스앤씨 최대주주는 천진산 대표로 지분 20.12%를 갖고 있다.

여기에 천궈웨이(3.38%), 천진청(0.39%), 천리군(0.39%) 등 우호지분을 더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4.28%가 된다. 2대주주는 싱가포르 투자회사 ICM리서치가 소유한 퍼머넌트뮤츄얼로 지분율 17.74%다. 이외 59.39%는 지분율 5% 이하 소액주주들로 구성돼 있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 지분율 차이에도 불구하고 천 대표가 경영권 분쟁을 우려하는 이유는 2019년 12월 9일 퍼머넌트뮤츄얼과 맺은 주식 담보제공 계약 때문이다.

천 대표는 퍼머넌트뮤츄얼로부터 에스앤씨 주식 1만8322만44주(지분율 14.8%)를 담보로 500만달러(약 60억원)를 차입하는 계약을 맺는다. 담보권을 실행할 경우 퍼머넌트뮤츄얼은 천 대표의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얻는다. 최재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다.

실제 퍼머넌트뮤츄얼는 2020년 초 주가 하락을 이유로 담보권 실행을 검토했다. 2019년 12월 430원대였던 에스앤씨 주가는 2020년 3월 200원대로 급락한다. 투자자들은 퍼머넌트뮤츄얼의 담보권 실행 시점에 맞춰 중국 자회사들의 생산이 중단된 데 의문을 제기한다.

의도적으로 주요 자회사의 생산을 중단해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고 담보권 실행을 막았다는 지적이다. 천 대표의 행보는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거래정지 기간 천 대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10억원으로 전체 주식 33% 지분을 확보하려고 시도했다. 담보권 실행 방어를 위해서다.

이에 퍼머넌트뮤츄얼은 홍콩특별행정구 고등법원에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했다. 퍼머넌트뮤츄얼은 가처분 신청 사유에 대해 "에스앤씨는 당사가 주식 담보제공 계약에 따라 천 대표의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라고 통보한 직후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 소액주주…가처분 신청만 기다린다
에스앤지 주주들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상폐 절차를 일단 중단시켜놓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이 기대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긴 어려워 보인다.

서울남부지법에 상장폐지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채권자는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박환수씨, 채무자는 거래소다. 에스앤씨 본사는 이번 상폐와 관련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상폐 위기에 놓인 기업과 주주들이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는 많다"며 "그러나 본사가 아닌 주주만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상장계약의 주체인 본사가 적극적이지 않은 만큼 법원에서도 주주 권리를 보호받긴 쉽지 않다.

지난해 8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무효로 판단한 확정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전자부품 제조업체 감마누(현 THQ (447원 ▲3 +0.68%))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결정 무효 확인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당시 거래소 시행 세칙에서 규정한 '상장폐지 사유 발생 후 6개월 내 결정' 조항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감마누에 충분한 개선 기간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에스앤지에 이같은 논리를 적용하긴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통상 2주 정도면 가처분 결과가 나오곤 했다"며 "이번 가처분 신청의 경우 사실상 상장계약 주체인 에스앤지 본사가 빠져있어 채권자인 주주들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줄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시장 1%는 외국기업 차지…'상폐'는 중국계 최다

에스앤씨, '고의 상폐' 논란에도 '묵묵부답'…주주만 속탄다
'고의 상장폐지' 의혹을 받는 에스앤씨엔진그룹 (21원 ▼5 -19.23%)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된 15번째 외국 기업으로 기록될까.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총 24개사다. 2007년 첫 상장이 시작된 이후 38개 기업이 상장했고 이중 코스피 5개, 코스닥 9개 등 총 14개 기업이 퇴출됐다.

퇴출 기업 중에서는 중국계 기업이 12곳으로 가장 많다. SBI모기지, 네프로아이티 등 일본계 기업 2곳도 포함됐다.

상장폐지 사유를 살펴보면 △감사의견 거절 △상장폐지 신청이 각각 5곳으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중국원양자원 △중국고섬 △연합과기 △완리 △성융광전투자가 감사의견 거절, △SBI모기지 △웨이포트 △중국식품포장 △3노드디지탈 △코웰이홀딩스가 상장폐지 신청으로 상장 폐지됐다.

이번에 논란이 된 에스앤씨엔진그룹은 법정제출기한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의 상장폐지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9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 회사는 오토바이, 제초기, 자동차 기어 등을 전문으로 만든다.

이번 에쓰앤씨엔진그룹 사례처럼 외국 기업의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6월 코스닥 상장, 2018년 5월 상장폐지된 완리 역시 고의 상장폐지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지 협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는 사실상 무산됐다.

중국고섬, 중국원양자원 역시 상장폐지로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례로 꼽힌다. 이를 두고 외국 기업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해달라는 요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에스앤씨엔진그룹 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중국 기업의 고의적인 상장폐지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우량한 회사임에도 고의적인 상장폐지를 시도하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며 "중국 기업을 국내에 상장시킨 금융당국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거래소 측은 외국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상장규정 개정으로 외국기업 역시 국내기업에 적용되는 외부감사법 규제에 준하는 의무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비적격 해외증권시장 소재 외국기업의 외부감사인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대주주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한편 현재 국내 증권시장에는 코스피 2개, 코스닥 22개 등 총 24개 외국 기업이 상장된 상태다. 코스피는 자동차 판매 회사인 엘브이엠씨홀딩스 (2,820원 ▼45 -1.57%)와 항체의약품 전문 업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8,030원 ▼30 -0.37%) 등 2개 회사다.

중국계가 15곳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6곳, 일본이 3곳 등이다.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상장기업이 약 2400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1%가 외국기업인 셈이다.

에스앤씨엔진그룹이 현재 가장 오래된 외국 상장기업이다. 올해 상장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8,030원 ▼30 -0.37%)(2월, 코스피)와 네오이뮨텍(Reg.S) (1,379원 ▼31 -2.20%)(3월, 코스닥)은 가장 최근 상장됐다.



'상폐 안전판' 강화했지만…시한폭탄 외국기업, 언제 터질지 모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국내에 상장한 외국기업들의 상장폐지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안전판을 강화하고 있다. 감시 강화를 위해 국내 법인 설치를 의무화했고 공시 내용 또한 보다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상장된 외국기업 대부분이 규정 강화 이전에 진출한 기업들로 소급 적용이 어렵다. 또 국내 상장기업과의 차별적 대우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월 21일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은 상장 외국기업에 대한 공시 규정을 강화했다. 외국기업의 상환능력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방침이다. 공시 규정 강화에 따라 외국기업은 현금 보유액, 유동자산 등 개별 재무정보 및 본국 외환거래 관련 규제의 준수 여부 등을 추가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전까지 국내 상장 역외지주사는 현지 자회사의 자산총액, 부채총액 정도만 기재하면 됐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현금보유액은 얼마인지, 유동자산과 현금창출능력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공시 규정을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상장폐지된 차이나그레이트 사례 때문이다. 상장폐지 당시 차이나그레이트의 연결재무제표상 자기자본은 500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254억원의 CB(전환사채) 원금을 갚지 못해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통보 받아 결국 상장폐지 됐다.

금감원은 사업자회사가 있는 본국의 외환거래 규제도 함께 들여다 본다. 중국의 경우 해외 지주사에 자금을 보내려면 외환관리 당국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배당금 수령도 쉽지 않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외국기업들의 투자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을 개정했다. 이전까지 외국기업 지주사 상장은 해외 SPC(특수목적법인) 형태도 가능했지만 상장규정 개정으로 지주사가 한국에 소재한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상장 외국기업 대부분이 2019년 6월 이전이라는 점이다. 현재 국내 상장 외국기업 24개사 중 △소마젠(Reg.S) (4,715원 ▼10 -0.21%)미투젠 (10,400원 ▼260 -2.44%)네오이뮨텍(Reg.S) (1,379원 ▼31 -2.20%) 등 3개사를 제외한 21개사는 개정 이전에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언제든지 똑같은 상황이 터질 수 있다.

상장폐지 문턱에 놓인 에스앤씨엔진그룹 (21원 ▼5 -19.23%)은 외국기업 지주사이지만 홍콩에 소재하고 있다. 국내 주주들이 본사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다.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들을 위한 홈페이지 마저 문을 닫았다. 해외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묻기도 쉽지 않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영국에서도 외국기업의 회계부실로 한차례 대규모 상장폐지가 이어졌다"며 "거래소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외국기업 상장 유치도 필요하지만 이들만을 위한 별도 투자자 보호장치를 만드는 것도 국내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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