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그날 왜 정민씨를 안 찾았나…변호사 "비극 예상 못했다"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5.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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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故 손정민군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사진=뉴스1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故 손정민군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사진=뉴스1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22) 사건과 관련해 친구 A씨 측이 실종 당시 정민씨를 찾아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비극이 생길 거라고 생각 못했다"고 밝혔다.

A씨 측 법률대리인 양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2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실종 당일 고인을 찾다가 집에 돌아갔던 이유는 (A씨 가족이) 유족께 연락 드린 뒤 경찰신고까지 마쳤다는 말을 들었고 A씨도 만취 상태였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이런 비극이 생길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날과 다다음날에도 계속 유족과 접촉했고 수사기관 조사도 충실히 받았는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는 분들이 있다 보니까 더 이상 고인을 찾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언론 노출이나 신원 부분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정민씨 실종 당시 A씨의 블랙아웃(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음) 상태를 의심하는 시선에 대해 "CCTV 자료를 보면 만취상태라는 걸 알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며 "목격자들 진술도 일관적으로 그렇게 나온 걸로 안다. (A씨가 당일) 오전 6시10분 넘어서 집에 돌아왔을 때 토하는 장면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아웃 상태는 기억상실을 말하는 거지, 운동능력이나 집중능력이 필요한 복잡한 행동은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블랙아웃 상태에서 평소처럼 행동한 사례는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또 '정민씨와 A씨 중 술 마실 장소를 누가 결정했냐'는 질문에 "A씨랑 고인 사이에 당시 메신저 대화 내역이 꽤 길게 있다"며 "서로 굉장히 친한 부분이 확인된다. 고인이 먼저 '한강에 갈까?'하고 제안한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A씨는 다른 쪽으로 더 가고 싶어했는데 최종적으로는 고인에게 '결정해달라, 따르겠다' 이렇게 얘기했다"며 "저희는 당연히 고인이 한강으로 가자고 한 걸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양 변호사는 A씨가 수사 협조보다 변호사 선임을 먼저 했다는 이유로 비난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저희 회사 대표와 A씨 아버지의 동생이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며 "A씨 아버지랑도 꽤 가까운 사이였다"고 밝혔다.

그는 "(A씨가) 4월26일 1차 참고인 조사, 27일 최면조사 받을 당시에는 법률대리인이 없었다"며 "저희한테 오기 전에 인터넷에 이미 A씨를 범인인 것처럼 억측하는 내용들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상담하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9일 2차 최면조사에 법률대리인이 동행할 때 계약서도 없었다"며 "법률대리인이 동행해서 절차 안내하고 심리적 안정을 돕고, 막상 조사할 땐 조사실 밖에서 대기했다. 실제 변호사 선임을 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수사기관에서의 심리적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씨 아버지 손현씨(50)가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그림을 공개했다./사진=손현씨 블로그정민씨 아버지 손현씨(50)가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그림을 공개했다./사진=손현씨 블로그
양 변호사는 'A씨 측에서 목격자를 매수했다'는 루머에 대해 "저희 쪽에선 언론 보도 전까지 목격자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오히려 저희가 그 목격자의 진실성이 담보됐는지 수사기관에 여쭤봤다. A씨가 범행했다고 결론을 정해놓고, 이에 안 맞는 목격자는 전부 잘못된 걸로 만들다 보니 매수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루머에 대한 법적 대응은 아직 고려 중이라고 했다. 양 변호사는 "A씨나 A씨 가족 쪽에서 유족 마음에 그게 더 상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 때문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정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현재 A씨의 심리 상태도 전했다. 양 변호사는 "(A씨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며 "변호사들이 사건에 대해 확인하고 물어보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만날 때마다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고 단답형으로만 대답한다. 식사도 거의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정민씨 양말에서 나온 흙과 인근 잔디밭, 육지와 물 경계의 흙, 육지에서 강물 속으로 3·5·10m 지점에 대한 흙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비교 분석을 의뢰했다.

친구 A씨의 의류에서 나온 토양 성분도 분석을 요청한 상태다. 분석 결과는 이르면 이번주쯤 나올 전망이다. 경찰은 토양성분 분석 결과가 정민씨의 실종 당일 행적을 파악하는 데 유의미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마쳤다. 참고인 조사는 이번이 4번째다. 앞서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 3번, 최면조사 2번, 프로파일러 면담 1번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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