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지침 풀린 韓 방산업계…이제 우주로 간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장덕진 기자 2021.05.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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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지침 풀린 韓 방산업계…이제 우주로 간다


42년간 지속된 미사일 지침이 종료되면서 방산업계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이 사라지며 관련 기술 개발과 신규 무기체계 수요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우주 발사체에 대한 제약도 풀림에 따라 민간 기업의 우주산업 진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가 1979년 체결한 한미 미사일 지침은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 등을 제한했다. 체결 이후 4차례에 걸쳐 지침이 완화되며 탄두 중량 제한은 사라졌지만 사거리는 여전히 800km로 묶여있었다. 이번 지침 해제로 사거리 제한까지 사라지게 됐다.

사격거리 수천km 가능…유도무기 양산업체 수혜
=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29일 새벽 동해안에서 실시된 '지·해·공 미사일 합동 정밀타격훈련'에서 현무-2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동해상 표적지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2017.11.29/뉴스1  =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29일 새벽 동해안에서 실시된 '지·해·공 미사일 합동 정밀타격훈련'에서 현무-2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동해상 표적지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2017.11.29/뉴스1
방산업계는 미사일 지침 해제가 방산업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수혜를 입을 분야는 탄두, 발사체, 추진체 등 미사일 관련 기업이다. 유도무기를 양산하는 ㈜한화와 LIG넥스원이 대표적이다. 현재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진 현무-4 미사일의 경우 사거리가 800km 수준이다.



이번 사거리 제한 폐지에 따라 이론적으론 사거리가 5500km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가능하다. 그러나 당장은 사거리 1000km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개발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당장 사거리 2000~3000km에 달하는 미사일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사거리 제한이 사라진만큼 새로운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이에 따라 기술 개발과 방산 기업간 협력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사일 개발엔 고도의 기술이 집약이 필요하다. 한 미사일 개발을 위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화력, 탄약 등 분야별 방산업체로 지정된 기업은 지난해 3월 기준 87개 기업에 달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개발이 시작되면 다수의 협력사들이 공동 참여를 하게될 것"이라며 "최근 침체에 빠진 방산업계가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켓·위성 기업도 수혜…달까지 간다
누리호 시험발사체, 슈퍼컴 누리온, KSTAR /사진 제공=과기정통부누리호 시험발사체, 슈퍼컴 누리온, KSTAR /사진 제공=과기정통부
사거리 제한이 사라지면 우주 발사체와 추진체 기술 개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로켓기술을 민간우주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 규모부터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형 발사체의 누리호의 전체조립을 맡은 항공우주산업(KAI)과 엔진 제작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사일 지침 해제 외에도 달 기지의 운영과 달 자원 개발 협력 등을 담은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을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약정은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보내고 2028년까지 달에 지속가능한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한국이 약정에 참여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의 역할도 커지게 된다.

한미 양국은 민간 우주 탐사,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등 항공연구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역시 방산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을 지원하고,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GPS)과의 호환성 및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진 미국이 만든 GPS에 의존해 위성항법 관련 서비스와 활용에 제한이 있었지만 양국이 합의를 하면서 향후 KPS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KPS 사업은 지난해 9월 예타대상선정평가를 통과한 뒤 본 예타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예산 규모는 4조원에 이른다. 사업이 통과되면 2022년부터 2035년까지 KPS 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등 위성 관련 기술을 보유한 방산기업들이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KPS가 개발되면 자율주행, 드론,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까지 연계할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미사일 연구개발 및 우주 발사체 기술 이전 등이 활성화 될 것"이라며 "특히 우주산업 분야는 위성과 발사체 사업 뿐만 아니라 위성통신, 관측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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