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울리는 보험사 '셀프 손해사정' 어려워진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1.05.24 12:00
글자크기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이른바 '셀프 손해사정'에 칼을 빼들었다.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할 때 자회사에 몰아주지 못하도록 하고,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는 성과지표 사용도 금지한다. 또 의료자문이 보험금 거절과 삭감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사 내부에 '의료자문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내용의 '손해사정제도 개선방안'을 24일 발표했다.



자료=금융위, 금감원자료=금융위, 금감원


손해사정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금을 받기 전 질병이나 사고의 수준·책임을 따져 보험금을 결정하는 업무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 결정은 서류심사만으로 이뤄지지만, 손해액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보험사는 손해사정을 실시한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자회사를 만들어 대부분의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는 구조여서 '셀프 손해사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손해사정업체들이 모회사인 보험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심지어 보험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는 성과지표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런 까닭에 전체 보험 민원에서 보험금 산정·지급, 면부책 결정 등 손해사정 관련 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41.9%에 달한다.

현재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을 비롯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도 대부분 손해사정업체를 자회사 형태로 두고 있다.

자회사에 손해사정 몰아주기 어려워져…보험금 삭감유도 성과지표도 폐지
자료=금융위, 금감원자료=금융위, 금감원
금융당국은 손해사정의 출발점인 손해사정사 선정단계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우선 보험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할 때 지켜야 할 세부 기준과 절차 마련을 의무화했다. 특히 위탁건수의 50% 이상을 자회사에 위탁할 경우 선정·평가 결과 등을 이사회 보고 후 공시하도록 했다.

또 보험사가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는 항목을 내부 고용과 위탁 손해사정사의 성과지표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보험금의 삭감규모·비율, 손해율 등과 관련한 고정된 목표비율을 제시하면서 목표 달성도를 급여나 위탁수수료, 위탁물량 등에 반영하는 행위도 엄격히 제한한다.

여기에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을 강요하는 등 보험사위 위탁손사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근거도 마련한다.

아울러 손해사정 업무의 공통절차를 법령에 규정한다. 만약 손해사정사가 이 업무절차나 이해상충, 불공정행위 규정 등 법령상 의무를 어길 경우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선임하는 독립손해사정사 활성화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독립손해사정사'도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보험사로 하여금 소비자에게 보험금 청구시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점과 이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했다. 또 독립손해사정사 선임을 위한 '보험사의 동의기준'을 명확히 설명하고, 소비자가 해당 기준을 충족한 독립손해사정사 선임을 원할 경우 보험사는 이를 최대한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의뢰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위해 보험사 내에 '의료자문관리위원회' 설치도 의무화한다. 위원회는 보험금 지급부서와 소비자 부서, 준법감시 부서 임원으로 구성되며, 분기별 1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 위원회는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거절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의료자문 대상 선정과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손해사정 결과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손해사정서 교부 의무를 확대하고, 손해사정의 중요 근거와 결과 등 손해사정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할 사항도 늘리기로 했다.

손해사정사 전문성 강화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손해사정사가 2년마다 보수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보험연수원과 한국손해사정사회,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등을 통해 체계적인 실무수습·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중 보험업법 개정안 제출 등 주요과제의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며 "시행령과 감독규정 등 하위법령 개정사항은 법률 개정 이전이라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