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행, '고위험 코인' 상장한 가상자산거래소에 불이익 준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1.05.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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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사이트에 상장된 코인들의 신용도를 평가해 '고위험 코인'을 상장한 거래사이트에 불이익을 준다. 각 거래사이트가 취급하는 가상자산들의 건전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24일 은행권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자금세탁 전문기업 에이블컨설팅에 의뢰한 위험평가 참고안을 바탕으로 시중은행들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의 '가상자산 사업자 고유위험 평가 체크리스트'에는 △신용도 낮은 가상자산 취급 여부 △거래사이트가 취급하고 있는 가상자산 수 △코인별 거래량 등이 포함됐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이 신용도가 낮은 가장자산 취급여부다. 어떤 프로젝트인지 신뢰하기 어려운, 공개된 정보가 불투명한 가상자산을 많이 상장시킨 거래사이트는 앞으로 은행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운영을 위해선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필수다. 은행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인데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 심사를 할 때 신용도가 낮은 코인들을 취급하는 거래사이트들은 종합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가상자산 거래사이트들의 무분별한 코인 상장을 견제하고, 은행의 감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어떤 가상자산을 거래사이트에 상장할지 권한은 전적으로 해당 거래사이트에 있었다. 특정 거래사이트가 상장 심사에 그치지 않고 투자까지 나서는 사례도 있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100%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는 2018년 루나(LUNA) 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 '테라'에 투자했다. 2019년 7월 루나코인은 업비트에 상장했고, 2021년 2월 두나무앤파트너스는 루나 코인을 전량 매도했다.

또 두나무앤파트너스는 2018년 마로 코인 개발사인 TTC프로토콜에 투자했다. 마로의 전신 'TTC'를 매입했고, 1년 뒤 업비트에 마로를 상장시켰다. 제도권 밖에서 상장권한이 거래사이트에 집중되면서 생긴 일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대부분은 가상자산 상장 심사 시 △프로젝트 정보 △사업 전략안 △토큰 구조·발행 계획 △프로젝트 핵심 개발 요소 △수탁 여부 등 정보를 상장을 원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확인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자유로운 '제3자 기관' 검증절차를 의무화한 거래사이트는 많지 않다. 국내 거래사이트 중에선 코빗과 고팍스가 상장 심사 시 쟁글이 발행한 신용도평가 보고서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코인 전문평가 업체 쟁글은 가상자산 정보공시 포털이다.

한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당국이 직접 가상자산 업계를 규제하지 않고 시중은행을 통해 간접 규제에 나서고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가 코인 건전성이나 사업성을 얼마나 확인하고 상장시켰는지 여부를 면밀히 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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