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로 자산운용사 수익률 '진검 승부' 나선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1.05.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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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큰 장 선다]①

편집자주 주식 직접투자 증가에 힘입어 ETF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52조원으로 50조원을 넘어섰고 올 들어(지난 20일 기준) 60조원대를 돌파했다. 특히 미국에서 지난해 테슬라로 아크 ETF가 주목받은 이후 액티브 ETF 비중이 늘고 국내 시장도 발 맞춰 따라가고 있다. 오는 25일 국내에 신규 주식형 액티브 ETF 8종이 상장되는 것을 계기로 액티브 ETF가 새로운 투자지평을 열지 관심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전반에 대한 ETF 현황을 살펴본다.

액티브 ETF로 자산운용사 수익률 '진검 승부' 나선다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가 시장점유율이 굳어진 ETF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오는 25일 본격적인 액티브 ETF 상장을 앞두고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주식 액티브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액티브 ETF가 수익률 호조로 흥행에 성공하면 전체 펀드 시장에도 활기가 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식 운용 자존심 걸었다...25일 액티브 ETF 8종 상장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한국거래소에는 액티브 ETF 8종이 동시 상장된다. 자산운용사 4곳이 각 2종씩 출시한다.



국내 ETF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KODEX K-신재생에너지, KODEX K-미래차를 내놓는다. 지난해 국내 BBIG ETF 로 '대박'을 터뜨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퓨처모빌리티, TIGER 글로벌 BBIG를 상장시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사의 대표 주식 펀드 이름인 '네비게이터'를 액티브 ETF 브랜드로 전격 내세웠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네비게이터 ESG, 네비게이터 친환경자동차 밸류체인을 준비했다.



헷지펀드 명가에서 종합자산운용사로 변신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이번 상장으로 ETF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다. 타임폴리오 K스탁, 타임폴리오BBIG를 통해 액티브 운용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이다.

이 외에도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이 연내 액티브 ETF 출시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액티브 ETF는 거래 편의성과 운용의 묘를 모두 살린 상품이다. 통상 주식형펀드의 경우 가입이나 환매 시 1~3일이 소요되는 반면 액티브 ETF는 당일 매매도 가능하다. 펀드는 판매사 수수료·보수가 붙지만 ETF는 운용사 보수만 내면 된다. 이러한 장점으로 최근에는 공제회 등 연기금들의 ETF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또 액티브 ETF는 추종 지수를 그대로 복제하는 전통적인 ETF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종목과 매매 시점 등을 매니저가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액티브 ETF의 승부는 '수익률'에서 갈릴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AI(인공지능) 등 인간의 개입이 없는 액티브 ETF가 상장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아크자산운용이 공격적인 기술주 투자 ETF로 지난해 100% 수익을 거두면서 국내에서도 '매니저'를 앞세운 액티브 ETF가 나온 것이다.

액티브 ETF로 시장점유율 지각변동 일어날까
자산운용사들이 액티브 ETF를 앞다퉈 내는 배경에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블루오션'이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패시브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반해, 액티브 ETF 시장에서는 수익률 경쟁으로 우위를 노려볼만 하다는판단이다.

우리나라 패시브 ETF 시장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국내에 상장된 ETF 자산총액은 35조6000억원에서 2019년 말 51조7000억원을 급속히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52조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난달 말을 보면 증시 상승에 따라 자산총액은 58조1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은 2조456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평균 대비 36% 떨어졌다.

상위 종목도 코스피200지수를 이용한 상품이 주를 이룬다. 순자산가치 1위는 KODEX 200(4조1000억원) 2위는 KODEX200선물인버스2X(2조3000억원)다. 순자산가치 상위 10위 중 5종목이 코스피200을 활용한 지수를 추종한다. 이는 최근 다양한 테마를 투자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수요와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상위 10 중 9종목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로 독식 중이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본부장은 "기존 ETF 지수들은 철강, 유통 등 구산업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다보니 전기차, 핀테크, 플랫폼 등 신규 산업을 투자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액티브 ETF를 통해 투자자들은 보다 구체적인 테마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액티브 ETF는 신사업의 매출 비중이 낮더라도 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테마에 맞다고 판단하면 해당 주식을 편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액티브 ETF는 단기간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은 아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운용 센터장은 "투자자들과 명확한 투자철학 공유하고 공감대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액티브 ETF가 자리를 잡고 수익률을 차별화하는 데까지 최소한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액티브 ETF 시장 개화 위해 필요한 규제 완화는
액티브 ETF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보다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와 0.7의 상관계수를 가져야한다. 상관계수가 0.7 미만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ETF가 상장폐지될 수 있다. 시장이 급락해 매니저가 빠른 현금화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싶어도 상관계수 0.7을 지켜야 한다. 이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른 것으로,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규정만 수정되면 운용이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 ETF는 지수화 하기 어려운 투자 영역을 발굴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지수 상관계수가 높다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PDF)를 매일 공개해야 하는 규정 역시 운용 전략이 노출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3개월전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투자 비중 상위 10종목을 공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불투명(nontransparent) ETF가 상장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해외의 액티브 ETF 경과 등을 봐가면서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올 하반기에는 관련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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