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 최성보 정현미)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총경의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319만여원의 추징명령도 내렸다.
윤 총경은 코스닥 상장업체 큐브스(현 녹원씨엔아이) 전 대표 정모씨에게 미공개 중요정보를 건네받아 2015~2017년 주식거래를 통해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1심은 정씨가 건넨 정보가 미공개중요정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법정 진술 등을 미뤄볼 때 정씨가 회사의 감자·유상증자에 관한 미공개중요정보를 피고인에게 전달했다"며 "피고인은 정씨가 정보를 알려준 직후 주식을 거래해 유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씨에겐 감자 공시와 이후 있을 증자와 합병 등의 정보를 피고인에게 제공해 회사가 결국 좋아진다는 취지로 안심시키려는 동기가 있었다"며 "정씨는 관련 공시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주요 투자자들에게 이야기했던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의 경우 보유한 주식 수에 관계없이 주요주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범죄행위는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의 신뢰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정씨가 제공한 정보가 피고인의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도 정씨는 경찰 고위공무원이던 피고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이익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1심과 달리 유죄를 인정했다.
윤 총경은 가수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함께 세운 라운지바 '몽키뮤지엄' 단속사건의 수사정보를 알려준 것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정씨에게 자신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지우라고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몽키뮤지엄 관련 경찰 최고위층 연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의 수사나 징계절차가 개시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정씨가 윤 총경의 지시 이후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린 것에 대해선 "피고인과 연락하거나 만나면서 저장된 정보가 휴대전화에 그대로 남아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속사건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정씨의 부탁을 받고 알려주는 등 경찰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며 "자신과 관련한 형사·징계 사건에 대해 정씨에게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료를 삭제하도록 했고 이같은 범죄행위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몽키뮤지엄 수사상황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담당수사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정씨가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비상장사의 주식 수천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알선수재)에 대해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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