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연합군이 뭉쳤다…'mRNA 백신' 투트랙 전략, 어떻게?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안정준 기자 2021.05.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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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탄생한 mRNA 백신…각광받는 이유는?
안전성 높고, 단기간 개발 가능…기술장벽은 높아

K-바이오 연합군이 뭉쳤다…'mRNA 백신' 투트랙 전략, 어떻게?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바이러스를 직접 사용하지 않아 안전성이 높은데다 단기간에도 개발이 가능해서다. 다만 기술장벽이 높아 mRNA 백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다.



mRNA 백신은 기존의 백신과는 기전(원리)부터 다른 새로운 백신이다. 기존 백신들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해 항원을 만들지만, mRNA 백신은 이름 그대로 mRNA를 이용한다.

mRNA는 DNA가 단백질을 만들 때 유전정보를 담아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mRNA 백신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아예 항원을 만드는 단백질을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게 한다.



화이자-바이오엔텍(이하 화이자)과 모더나의 mRNA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체내에 투여하는 것이다. 몸 속에 들어온 mRNA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물질로 인식해 항체를 만들어 낸다.

mRNA는 원래 우리 몸에 있는 물질인 만큼 독성이 없어서 기존 백신들보다 안전성이 더 높다. 또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만 알면 mRNA를 신속하게 만들어낼 수 있어서 기존 백신보다 개발 기간도 짧다. 실제로 모더나는 지난해 1월10일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가 공개된 후 25일 만에 임상1상 시험에 필요한 백신을 만들어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mRNA 백신은 어떤 신종 병원체가 등장해도 유전자 정보를 알면 한달 이내에 백신을 만들어 임상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mRNA 백신은 기술장벽이 높아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적고, 새로운 기업이 이를 개발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mRNA 백신 원리가 처음 나온 후 실제로 싱용화되기까지 30여년이 걸린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이 mRNA 백신 개발에 가장 큰 장애물로 꼽는 것은 '약물전달체 시스템'이다. mRNA를 세포까지 안전하게 보호해 전달해줘야 하는데 이를 만들기 쉽지 않다.

현재 대표적인 mRNA의 약물전달체 시스템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사용한 지질나노입자(LNP)다. LNP가 mRNA를 감싸서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도록하고 이를 세포까지 전달해준다. 이러한 LNP 기술은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지만 모더나, 화이자, 큐어백 등 소수의 회사만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mRNA 백신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모더나, 화이자 두 곳뿐이다. 독일 제약사인 큐어백이 이르면 이달 중 유럽에 코로나19 mRNA 백신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후발주자 국가들은 우선 LNP 기술 개발에 나서거나 mRNA 백신 위탁생산(CMO)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mRNA 백신 기술을 이전받고, 생산 노하우 등을 키워 mRNA 백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한미약품 (310,000원 ▼5,000 -1.59%)을 비롯해 GC녹십자 (111,100원 ▼400 -0.36%), 엠큐렉스, 엔지켐생명과학 (1,867원 ▼1 -0.05%) 등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중국 제약사인 푸싱제약은 화이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화이자 백신을 생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희 기자

모더나 위탁생산도 가시권…mRNA 백신 '투트랙' 전략 가동
K-바이오 연합군이 뭉쳤다…'mRNA 백신' 투트랙 전략, 어떻게?
바이오 기업 컨소시엄을 통한 국산 코로나19(COVID-19) mRNA(메신저RNA) 백신 개발과 함께 미국이 개발한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모더나 백신 등 대량 위탁생산체계를 조속히 갖춰 백신수급을 안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독감처럼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산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mRNA 백신 '투트랙' 전략으로 보여서다.

1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계열 백신인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위탁 생산을 맡게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780,000원 ▼10,000 -1.27%)의 인천 송도 공장에서 완제 생산(Drug Product·DP) 형식의 위탁생산을 전제로 한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DP는 백신 생산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병입'이다. 업계에서는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 생산을 맡게 된다면 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원액 생산(Drug Substance·DS) 방식보다는 DP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더나가 한국 지사 설립에 나선 배경 자체가 원액은 외부에서 들여와 한국에 병입 생산을 맡길 포석으로 보인다"며 "모더나는 생산 설비에 공동 투자한 론자를 제외하면 모두 DP형태로 생산을 맡긴 상태인데, 한국도 공동투자를 전제로 한 원액생산보다는 지사를 통한 DP생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더나는 한국 지사 설립을 진행중인 상태다. 앞서 모더나는 한국 내 사업을 위한 임원급 인사(제너럴 매니저, GM) 채용에 나서며 한국 지사 설립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모더나는 현재 해외 지사가 있는 지역에서만 위탁생산을 맡긴 상태다.

물론, 상대적으로 단순한 DP 생산이라 해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DP생산을 맡는다 해도 모더나로부터 기술이전에 준하는 노하우를 공유해야 할 만큼 공정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의 공언대로 8월부터 대량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이다.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금까지 백신 관련 생산 경험은 없는 상태다. 지금부터 8월 까지 남은 기간도 약 2~3개월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속도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mRNA 백신은 DP 방식 생산보다 고도 기술력이 필요한 DS 방식 생산설비도 6개월이면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 세포배양 설비가 필요 없어서다. 병입 설비 역시 어느정도의 원액 관리와 공정 관련 기술만 모더나 측과 공유되면 단기간에 확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K-바이오 연합군이 뭉쳤다…'mRNA 백신' 투트랙 전략, 어떻게?
그동안 물밑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미 생산 설비를 준비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계약 관계 탓에 공식 발표 시점까지 관련 내용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 생산을 맡게 된다는 보도 관련, 이 회사는 조회공시를 통해 일단 "현재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며 추후 확인이 가능한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고객사와 협의 사항은 확정 전까지 비공개"라고도 말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DS 방식 생산이 아닌 DP 방식이라면, 세계 1위 위탁생산업체로서의 노하우만으로도 단기간 생산 준비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DP방식으로 모더나 백신을 생산중인 프랑스와 스페인 기업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능력은 탁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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