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글로벌·ESG 등 5대축 기반, 10년 주춧돌 놓는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1.05.20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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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자본시장 10년 주춧돌] <1> 한국투자증권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충격을 딛고 코스피 3200, 코스닥 1000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우리 금융투자업계의 위상도 높아졌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과 기업 사이 든든한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 업계 대표 증권사들의 하반기 전략을 소개하며 향후 10년 한국 자본시장의 밑그림을 조망해본다.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이사 사장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hoto94@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이사 사장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hoto94@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도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과 최상의 금융 서비스 제공'이라는 기본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9년 1월 취임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가 미래 변화에 대비하며 줄곧 천명해왔던 부분이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5조4300억원에 그 해 10조2800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자기자본 5조8100억원에 영업수익 15조9500억원을 달성했다. 올 1분기에도 한국투자증권은 4조6664억원의 영업수익에 당기순이익 3506억원을 기록하며 순이익 기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올 1분기 역대 최대 이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위탁매매(BK) 자산관리(AM) 투자은행(IB) 자산운용(트레이딩)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가 이익 성장에 기여한 점이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반등장세에서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 유입의 급증만으로 이익 성장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선순환 고리 구축, 해외 성과로 뒷받침
무엇이 달라졌던 것일까. 한국투자증권은 정 대표 취임 이후 디지털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덕분에 한국투자증권 고객들이 국내외 금융상품과 해외주식 투자에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점을 우선으로 꼽는다.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출시한 '온라인 금융상품권'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상품권을 선물하고 상대방이 이를 통해 액면가만큼의 주식·채권·펀드·발행어음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투자를 낯설어했던 이들이 쉽게 투자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미술품 등 고액 자산을 소액으로 쪼개 매매할 수 있도록 한 '소수점 투자' 플랫폼도 한국투자증권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금융권과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을 중심으로 하는 소수점 투자의 시초는 한국투자증권의 '미니스탁'이다. '1000원으로 시작하는 해외주식 투자' 등 한국투자증권의 슬로건은 2030세대를 투자 영역으로 이끄는 데 효과를 일으켰고 투자의 지평도 국내를 벗어나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해외 주요시장으로까지 넓어졌다.

한국투자증권 미니스탁, 온라인 금융상품권한국투자증권 미니스탁, 온라인 금융상품권
한국투자증권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투자자 저변이 대폭 확대되면서 그 수혜는 국내외 기업들에게까지 돌아갔다. 기업들이 IPO(기업공개)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데다 국내외 스타트업 단계의 기업들이 국내 투자자들이 제공한 모험자본을 수혈받아 고성장 기반을 마련해 그 성과를 다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점이 눈에 띈다.

이같은 선순환 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한국투자증권의 노력은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 진출한 한국투자증권의 해외 법인들이 금융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자기자본 투자 확대를 통해 한국투자증권 자체의 수익기반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우량 딜에 참여할 기회를 국내 투자자들에게 더 많이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고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입지 강화가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의 홍콩 법인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인도 IT솔루션 기업 헥사웨어 M&A(인수합병) 인수금융 딜에 글로벌 IB들과 공동으로 선순위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바 있다. 글로벌 인수금융 딜에서 국내 증권사 최초로 선순위 주관사 지위를 확보해 성과를 일군 첫 사례다.

베트남 법인인 KIS베트남도 한국투자증권이 현지 업계 50위권이던 EPS증권을 인수해 10여년만에 5위권 근처까지 끌어올린 곳이다. 한국투자증권은 KIS베트남의 자본을 확충해 주식중개, 파생상품 운용, IPO 및 M&A 주관 등 IB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출범시킨 KIS인도네시아도 5년내 인도네시아 현지 톱5 증권사 진입을 목표로 주식 중개, 자산 운용, 기관 영업, 채권 중개와 같은 IB 등 증권업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IB 영업망 강화, 기업-투자자 가교 역량 ↑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북을 치고 있다. 2021.3.18/뉴스1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북을 치고 있다. 2021.3.18/뉴스1
국내 시장에서의 기업 자금조달을 돕는 IB 영역에서의 활약도 눈에 띈다.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직접적 가교 역할도 그만큼 강화됐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역대급 IPO 종목의 주관사로 활약한 것을 비롯해 올해도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세간의 관심을 받은 빅딜을 연달아 흥행시킨 바 있다.

비대면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를 사업모델 특례로, '메타버스' 관련 종목인 자이언트스텝을 기술특례로 각각 상장시키는 데도 성공하는 등 다양한 업종·규모의 기업상장 주관 업무를 두루 수행해 왔다. 그만큼 다양한 기업들이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성공리에 자금을 조달해 성장기반을 확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IB그룹 내 IB전략컨설팅부를 신설하고 IPO, 인수금융, M&A 파이낸싱 등 각 부서 전문인력과 화학·소비재 등 리서치센터의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를 배치해 그룹 역량을 강화했다"며 "이같은 전문 인력들을 활용해 IPO 뿐 아니라 그룹 내 각종 IB 영업에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관리 기반도 확충, 전사적 성장세 뒷받침
디지털·글로벌·ESG 등 5대축 기반, 10년 주춧돌 놓는다
투자자들의 수익 기반 확대를 위한 자산관리 부문의 역량 강화도 돋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의 올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기준 순이익(3506억원)을 달성한 배경에도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고(高)보수 수익증권과 주식형 랩(Wrap) 등의 신규 매각이 증가하며 전체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며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만족을 제고한 점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랩은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를 일컫는 말로 '감싸다'라는 뜻의 랩,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를 합친 용어다. 증권사가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투자자문 등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랩 어카운트'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주식 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접목해 투자 스펙트럼을 확장하면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정책 변화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투자·테마를 선정해 다양한 랩 서비스를 출시하며 관심을 끌었다"고 소개했다. 국민기업랩(삼성전자), 자율주행랩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유입된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오픈된 리서치 서비스 '에어'(AIR, A.I. Research)는 매일 쏟아지는 3만여 건의 뉴스를 AI 시스템이 자동 분석하고 이 중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만 골라 리포트 형태로 제공한다. 기계공학, 통계, 수학 등을 전공한 퀀트 애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리서치센터 전 애널리스트가 AIR 개발에 참여했다.

AIR는 특히 그간 인력 부족 등 이유로 소외됐던 소형주 섹터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다양한 중소형주를 적시에 분석해 △주가 추이 △뉴스 평가 △성장성 수익성 △밸류에이션 △배당 등 6개 지표와 함께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지난해 7월 나온 'AIR US'는 미니스탁 내 등재된 미국주식 종목을 대상으로 한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한다.

고객 자산구간별 일대일 맞춤 관리도 한국투자증권이 내세우는 주력 포인트다. 이를테면 지난해부터 제공된 초고액 자산가 대상 특화서비스가 있다. 3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슈퍼 리치'(Super Rich)를 대상으로 한 특화서비스 조직을 신설해 글로벌 자산관리와 더불어 가업승계에 도움이 될 인프라와 네트워크 및 각종 법률·세무 자문까지 제공한다. 초고액 자산가들은 사실상 기관투자자에 준하는 다채로운 투자 경험도 제공받는다. 일반 금융상품 투자는 물론이고 IPO, M&A 등 기업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이 진행하는 각종 글로벌 딜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ESG로 성장성·내실·위험관리역량 제고 다 잡는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장기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거버넌스(의사결정 시스템)가 구축된 점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10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 설립을 의결했다. ESG 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 ESG 경영의 기본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내역을 관리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직간접적 투자와 ESG 채권 발행, ESG 관련 상품 출시 등을 통해 환경 리스크와 기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해외 신재생 사업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해 미국 대형 육상 풍력발전단지 4곳의 지분 49.9%를 인수하고 에너지 전문 기업들과 함께 '한국신재생투자'를 설립해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에 투자한 것이 주요 사례로 꼽힌다.

같은 해 8월에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석탄 관련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금융권의 탈(脫)석탄 흐름을 이끌기도 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글로벌 탄소 배출량 감축 활동과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약 1400억 규모의 사업에서 손 떼겠다고 밝히며 화제가 됐다.

석탄 투자를 멈춘 대신 ESG 관련 투자는 늘렸다. 작년 발행된 ESG 채권 7350억을 인수한데 이어, 올해는 현대제철 5000억, LG화학 4500억 등 연초부터 2조원이 넘는 ESG 채권 발행에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그리고 4월부터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조성자로 선정돼 합리적인 탄소 배출권 가격 형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도 나서고 있다.

정일문 대표는 "회사가 재무적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재무적 요소인 사회와 환경 관련 이슈에서도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 ESG위원회 출범을 통해 더욱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글로벌·ESG 등 5대축 기반, 10년 주춧돌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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