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국' 대만이 어쩌다…열흘만에 0명→267명 폭증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1.05.20 05:00
글자크기
19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시민이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로이터19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시민이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코로나19(COVID-19) 대표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대만의 방역 전선에 구멍이 뚫렸다. 최근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인한 확진자가 폭증하자 대만 정부는 국경을 다시 봉쇄하기로 결정했다. 대만의 코로나19 방어선이 무너진 데에는 방역당국의 안일함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확진자, 9일까지 '0명'→5일 연속 세 자릿수
그간 대만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주로 해외 입국자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규 확진자의 대부분이 지역사회 감염자다. 지난 9일까지만 해도 0명이던 지역사회 감염자 수는 지난 15일 180명으로 증가하며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후 16일 206명, 17일 333명, 18일 240명, 19일 267명으로 닷새 연속 세 자릿수 대 일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다.



대만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비교적 정상적 일상을 유지했던 터라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더 컸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슈퍼마켓과 대형 마트 등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여간 누적 확진자가 1000명대에 불과했다. 이에 조기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방역 모범국'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대만을 방심하게 만들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 방역당국은 국경 봉쇄 등의 조치로 초기 방역에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엔 느슨한 방역 조치를 취했다.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한 검사와 지역사회 유입을 감시하는 활동이 거의 없었고, 백신 접종도 더뎠다. 블룸버그는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방역 사례로 칭송받았으며, 이로 인해 당국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위험에 대한 안일함이 매우 커졌다"고 짚었다.

지난해 대만 질병관제서(CDC)가 '의료 자원 낭비'를 이유로 코로나19 대량 검사를 반대한 게 안일함의 대표적 예다. 이는 무증상 감염자가 지역사회에서 감염을 확산시킬 것을 우려해 선제적인 검사를 실시한 다른 방역 모범국의 대응과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어터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대만 인구 1000명당 검사 수는 0.18에 불과했다. 반면 호주는 1.8명, 싱가포르는 13.1명으로 나타났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한 보건안전센터의 수석학자인 지지 그론발은 "대만이 엄격한 봉쇄를 피하고 싶다면 검사를 늘려야 한다"며 "이는 대만 방역당국이 해야 할 일 중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 모범국' 대만이 어쩌다…열흘만에 0명→267명 폭증
선제적 검사 소홀…백신 접종률도 0%대

유흥업소 종사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일상적인 검사도 부족했다. 유흥업소는 대개 창문이 거의 없어 환기가 되지 않지만 음료를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접촉이 발생해 위험시설로 분류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확산이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더욱 문제로 꼽힌다. 최근 지역사회 주요 감염지 중 하나로 지목된 곳이 타이베이 완화 지역의 호스티스 바다. 지난 18일 발생한 지역사회 신규 감염자 240명 중 60%가량이 이 지역과 관련돼 있다. 유흥업소 특성상 방문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접촉자 파악이 힘든 상황이다.

백신 접종률도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 대만의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 이상, 영국 인구의 3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게다가 조기 방역 성공으로 인해 백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현재 백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더불어 대만 방역당국은 지난달 15일 항공 승무원에 대한 자가격리 기간을 14일에서 3일로 단축하는 '불행한' 결정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렇게 방심하는 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었다. 타오위안 국제공항 인근 노보텔 호텔을 통해서다. 조종사들이 자가격리하는 건물과 일반인 투숙 건물을 구분하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영국형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종사를 통해 호텔 직원, 투숙객 등이 감염됐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대만은 결국 국경을 다시 봉쇄하기로 했다. 천스중 대만 위생부장은 19일 0시 기준으로 유효한 대만 거류증이 없는 외국인의 입경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여행객의 대만 환승도 잠정 중단된다. 학교는 온라인 수업에 들어갔다. 이번 봉쇄 조치는 다음달 18일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또 당국은 대만 전역의 경계 단계를 3단계(총 4단계)로 상향하기로 했다. 3단계가 되면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며 모임 인원은 실내 5명, 실내 10명으로 제한된다. 영화관, 박물관, 실내 수영장, 놀이공원 등은 폐쇄되고 종교 활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만은 14일 연속 하루 평균 100건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되고 이 중 절반 이상의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더 강력한 봉쇄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에 정부는 봉쇄를 피하기 위해서 휴교와 모임 자제, 재택근무 등을 촉구했다. 허우 유이 신베이 시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통제되지 않으면 활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으니 심리적으로 대비하라"고 말했다.

19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사진=로이터19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사진=로이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