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주권 필요하지만 '마중물'은 부족…파격 지원책 '절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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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임상지원 예산 687억원…바이오업계 "실패까지 떠안는 파격 지원책 필요"

백신주권 필요하지만 '마중물'은 부족…파격 지원책 '절실'


"현재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 중 단 한 곳이 성공하든 두세 곳이 성공하든 국가 차원에서 선제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면 언제든 '엔데믹'(주기적 발병) 상태로 접어들 수 있어 백신과 관련해선 충분한 자생력, 자국 생산체계를 갖춰야 한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백신개발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에 예산·제도 등 다방면의 지원을 요청했다. 후발주자로 백신 개발 전쟁에 뛰어들면서 임상비용, 연구개발비뿐 아니라 백신 원료 수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등 5개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또 아직 국내 mRNA 백신 개발 업체 중 임상 승인 기업은 없지만 큐라티스와 아이진이 각각 RNA(리보핵산)백신과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는 코로나19 발병률이 낮고 대규모 임상자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셀리드, 제넥신 등은 인도네시아에서 글로벌 2/3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넥신 (7,040원 ▼110 -1.54%)은 연내 인도네시아 5개 병원에서 1000명 규모 임상 2/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GX-19N'의 글로벌 임상 2/3상을 위해 인도네시아 식약처(BPOM)에 IND(임상시험계획)를 제출한 상태다. 아직 IND 승인을 기다리는 단계다. 국내에선 150명 규모 2a상을 진행중이며 현재 1차 접종을 마치고 2차 접종을 투여하는 단계다.

제넥신은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 칼베 파르마와 1000만회분 백신을 공급하고 칼베 파르마는 초기 계약금을 대신해 임상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칼베 파르마에 공급하는 제넥신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인 GX-19N은 한미약품이 CMO(위탁생산)를 맡기로 했다.


우정원 제넥신 대표는 "국내는 감염률이 잘 통제되고 있어서 3상을 진행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반응으로 3상을 진행하는 게 허가되지 않으면 해외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며 "3만명 규모 임상시험의 경우 2000억원 정도 비용이 소요돼 회사가 직접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셀리드 (3,835원 ▼50 -1.29%)는 자체 보유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예방백신 기술을 활용해 1세대 코로나19 백신인 'AdCLD-CoV19'를 개발 중이다.

회사는 현재 150명 대상 임상 2a상을 진행중이며, 오는 6월 1000명 규모 임상 2b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올 8월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셀리드는 현재 인도네시아 임상 3상을 선택지로 두고 인도네시아 보건당국과 임상시험 및 백신공급 실무 논의를 진행중이다.

백신 개발업체들은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범정부지원위원회를 만나 기존 백신 대비 효과·안전성을 비교하는 방식의 비교임상방식을 추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위한 자금 지원과 정부 선구매를 요청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민간기업에 100억달러(약 12조원)가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것과 달리 올해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지원에 책정한 예산은 687억원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정부 지원 수준이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범정부위원회가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 총력 지원을 약속했지만 아직 임상비용 예산 확보나 백신 선구매 등 큰 그림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가 R&D 투자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따른 기업의 손실까지 떠안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주문하고 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개발비 때문에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대량 생산을 위해선 6개월 이상 준비해서 식약처 허가를 밟는 과정이 남아있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의 선지원이 필요하다"며 "백신 허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생산을 충분히 해서 국가가 요구하는 백신 물량을 적절한 시기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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