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는 새아파트 5억 손바뀜..증세에 '가족 거래' 늘었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1.05.1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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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서울 강북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 공공택지 개발로 지난해 약 5200여 가구 입주가 마무리된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에서 최근 여러 주민들이 의아해하는 거래가 성사됐다. 2019년 말 입주한 '한양수자인에듀힐즈' 전용 84㎡(옛 34평) 5층 매물이 지난달 말 4억9000만원에 실거래된 것. 현재 주변 단지 같은 평형 호가는 11억원대에 형성돼 있고, 전세 시세(5억~6억원대)보다 낮은 가격이다. 단지 내 공인중개소 대표는 "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 매물로 구체적인 내역은 확인할 수 없다"며 "이 거래가 공개된 후 비슷한 가격대로 살 수 있냐는 매수 문의가 많아졌는데 정상 매물이 아니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저가 특수 거래 왜 늘었나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양도세 등 주택 관련 세부담 증가가 예상되면서 이처럼 시세보다 낮은 '특수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 '화곡푸르지오' 전용 84㎡(8층)도 지난달 24일 7억원에 실거래 등록됐다. 최근 이 단지 같은 평형 시세는 11억원대인데 이보다 약 4억원 더 낮은 가격에 집주인이 바뀐 것이다. 이에 앞서 3월 말에는 준공 37년차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 전용 66㎡(8층)이 직전 실거래가보다 2억5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팔려 주목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해당 거래 전후 다른 실거래 사례와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가족 등 특수관계인 거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주택 관련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증여 외에도 가족간 특수거래 등 우회적인 절세 방안을 선택한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아파트를 사려는 매수자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한다. 하지만 증여는 실제로 돈이 오가지 않은 '무상이전'으로 별도 기재할 자금조달 내역이 없고, 실거래신고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국토부 실거래가에 등록된 이런 거래들은 대부분 가족간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시세판이 텅 비어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총 7526가구였다.  올해 1월에는 5776가구, 2월 3862가구에 이어 4월에는 2906가구로 거래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5월에 접어들면서 절세를 위한 매도 출회가 끝나고 시장이 거래 소강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했다. /사진제공=뉴스1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시세판이 텅 비어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총 7526가구였다. 올해 1월에는 5776가구, 2월 3862가구에 이어 4월에는 2906가구로 거래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5월에 접어들면서 절세를 위한 매도 출회가 끝나고 시장이 거래 소강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해에도 강남권 저가 거래 논쟁 불붙어…전문가 "과도한 저가 양도, 증여보다 세부담 클 수도"
지난해에도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이전에 강남구 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등 강남권 주요 단지에선 직전 실거래가 대비 30% 가량 낮은 저가 거래가 체결돼 업계에선 여러 추측이 나왔다. 이런 거래들이 부동산 하락장의 징조라는 해석과 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족간 거래라는 의견이 맞섰다. 하지만 일부 계약은 가족간 거래로 확인됐고, 7월 이후 직전 신고가보다 높은 거래가 잇따르면서 대세 하락론은 힘을 잃었다.

최근 가족간 거래 증가는 다주택자의 경우 6월 이후 양도세 부담이 더 커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가 집을 처분하면 기본세율(6~42%)에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의 세율이 추가된다. 하지만 6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은 2주택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로 상향된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42%에서 45%로 상향돼 6월 1일 이후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주택을 팔면 양도 소득의 최대 75%를 내야한다.


가족간 거래는 실거래가 대비 30%(최대 3억원 한도) 낮은 가격에 팔아도 정상 거래로 인정한다. 실거래가 기준은 KB국민은행 시세가 우선 기준이며 이외 한국부동산원, 부동산114 등의 통계도 참고 지표로 활용한다. 만약 이들 기관 모두 시세 자료가 없으면 공시가격이 기준이 된다. 때문에 아직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선 가족간 저가 양도를 이상 거래로 특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기준을 과도하게 벗어난 가족간 저가 계약은 정상 거래로 인정받지 못해 세금을 추징당할 가능성도 있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가족간 거래라도 너무 싼값에 거래하거나 매매계약서, 대금 거래내역 등 실거래 증거를 남겨두지 않으면 증여한 경우보다 세금을 더 내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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