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물음표에서 느낌표가 된 아이덴티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5.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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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에스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에스파(aespa)가 엑셀레이터(가속패달)를 밟고 저변을 넓히고 있다.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보컬을 기반한 에스파는 첫 컴백곡 '넥스트 레벨'을 통해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한 모습이다.

에스파는 지난 17일 새 싱글 '넥스트 레벨(Next Level)' 공개 직후 지니, 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썼다. 첫 국내 음원차트 1위이자, 데뷔 6개월 만에 이룬 쾌거다. 해외 반응도 가속패달을 밟았다.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태국,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대만, 베트남 1위를 비롯해 전 세계 26개 지역 TOP 10에 올랐으며, 뮤직비디오도 공개 두 시간 만에 중국 QQ뮤직의 뮤직비디오 차트 한국 부문과 종합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파워를 입증했다.

확실히 종전보다 그 세를 넓힌 모습이다. 특히 해외 관심은 '블랙맘바' 때보다 더 빠르고 파급력이 있다. 당시 발매 직후 수많은 차트에 랭크만 됐던 반면에 이번엔 초입부터 정상에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 새 걸그룹' 타이틀이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해외팬들의 관심은 '블랙맘바'의 높은 완성도를 통해 애정과 기대로 변했다. 그리고 '넥스트 레벨'을 통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에스파는 다시 한번 글로벌 팬들의 유입을 확장했다. 특히 사운드의 독특함으로 국내 대중의 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전작에 비해 '분노의 질주'라는 흥행 시리즈 영화의 OST를 리메이크함으로써 대중성도 함께 견인했다. 지니, 벅스뿐 아니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서도 실시간차트 상위권에 랭크됐다.

카리나(왼쪽) 윈터,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카리나(왼쪽) 윈터,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넥스트 레벨'은 데뷔곡 '블랙맘바'와 세계관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가사 내용도, 사운드도 큰 다름은 없다. 에스파와 아바타 아이의 연결을 방해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블랙맘바', 그 혼돈을 정리하기 위해 광야로 떠난 멤버들의 여정기 '넥스트 레벨'. 광야를 떠돌던 에스파와 에스파 아이가 결국 막힌 문을 열고 빛을 찾아낸다는 이야기다. '넌 광야를 떠돌고 있어. 네게 맞서 난 질 수 없어'라는 '블랙맘바' 속 가사와 달리 '난 광야의 내가 아냐. 야수 같은 나를 느껴'라고 말하는 '넥스트 레벨' 속 가사는 상황은 달라도 주체적으로 삶을 주관하고자 하는 자세는 동일하다. 여기에 파워풀하게 구현되는 각 멤버들의 시원한 보컬은 명료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는 SM 대표 프로듀서 유영진의 디렉팅으로 탄생한 자아상인데, 그만의 SMP(SM표 퍼포먼스)가 확 묻어나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곡에 대한 보다 친절한 설명을 보태자면 원곡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도입은 원곡과 상당 부분이 흡사하다. 읊조리듯 시작하는 도입의 사이버틱한 보컬은 원곡에서도 같다. 원곡을 에스파만의 색깔로 풀어낸 것이 아닌, 에스파와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내 재해석한 셈이다. 다만 원곡이 짧다보니 보태진 후렴 부분을 통해 차별점을 보인다. 후렴은 닝닝과 윈터가 주도해 에스파만의 분위기를 형성했다. 특히 붉은 헤어 컬러만큼이나 닝닝의 '넥스트 레벨' 속 강렬함이 이번 곡의 매혹적인 분위기를 잘 살렸다.

지젤(왼쪽) 닝닝,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지젤(왼쪽) 닝닝,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SF영화 같은 그래픽 구현과 에스파 아이의 활약으로 또 다른 볼거리를 자랑한다. 주 배경은 마치 사이버 세계처럼 연출됐는데, 에스파가 에스파 아이로 변하는 지점을 포인트로 살려 비교 감상하는 재미를 안긴다. 특히 퍼포먼스가 강한 그룹인 만큼 다양한 배경에서 보여주는 안무의 생동감은 시각적 흥미를 더하는 대목이다.

에스파는 보다 탄탄한 SMP를 통해 확장성을 더한 모습이다. SMP의 답습만이 아닌, 멤버들이 유기적으로 이루는 시너지의 합과 에스파 아이를 통한 세계관의 확장을 통해 차별적인 아이덴티티를 보여줬다. 현실과 가상 공간을 넘나드는 8인의 오묘했던 세계관은 이야기를 더할수록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그 이야기의 뿌리는 K-팝 역치에 보답하는 현실 세계 멤버 4인의 실력과 매력의 탄탄함이다.

한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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