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NG선박 1척 만들때마다 佛기업에 100억씩 주는 이유

머니투데이 장덕진 기자 2021.05.1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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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LNG선박 1척 만들때마다 佛기업에 100억씩 주는 이유


"국내에서 건조하는 거의 모든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은 프랑스 엔지니어링 기업 GTT(Gaztransport & Technigaz)의 기술을 적용한다. 지급되는 기술료는 선가에 따라 다르지만 선박 1척당 100억원 수준이다."

LNG선박 시장의 강자 한국 조선업계가 선박을 건조할 때마다 100억원의 기술료를 해외 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LNG를 저장하는 화물창 원천 기술이 해외 업체에 있기 때문이다. 국산 화물창 기술은 개발됐지만 안전한 기술을 선호하는 선주들의 시선은 해외업체의 기술로 향하는 상황이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이 수주한 LNG선박은 한국조선해양 8척과 삼성중공업 1척을 더해 모두 9척이다. 이 가운데 한국조선해양이 계약을 체결한 7500톤급 소형 LNG선박을 제외하면 8척이 GTT에 기술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LNG 화물창은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영하 162℃ 이하의 극저온과 창 안팎의 온도차를 견뎌야 한다. 이를 위해 스테인리스강으로 주름진 형상의 멤브레인 시트를 만들어 화물창 내부에 설치하는데 이 원천 기술을 GTT가 보유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GTT와 기술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선박을 건조할 때마다 기술료를 지급하고 있다.



"선가에 기술료 반영"...지난해 기준 3600억
LNG선박은 한국 조선업계의 효자다.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에 친환경 바람을 타고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는 LNG선 36척을 수주했다. 점유율은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선박은 총 52척의 70%에 이른다. 다만 지난해 수주 전량이 GTT사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계약이다. 척당 100억원으로 계산하면 GTT에 낼 로열티만 3600억원이다.

다만 조선업계는 GTT사에 지급하는 기술료가 수익성 악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 반응이다. 지급할 기술료를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건 선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에 GTT 기술 적용을 원하는 건 선주로 선가에 기술료가 포함돼 조선사의 부담이 크지 않다"며 "화물창 기술이 국산화 되면 이에 맞춰 선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GTT사에 로열티 지급이 계속되는 이유는 선주들의 선호 때문이다. LNG선은 선가가 척당 1000억~2000억원 수준으로 비싸고 LNG 폭발 위험 등이 있어 안전성이 중요한 선박으로 꼽힌다. 선주들은 풍부한 건조 실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GTT사의 기술을 선호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GTT사의 화물창 설계 기술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선주들은 개발된지 얼마 안 된 한국 기술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산화 됐지만...기술 개선-건조 경험 필요
LNG 화물창 기술은 이미 국산화가 완료됐다. 조선업계는 지난 2014년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한국형 화물창 설계기술 KC-1을 개발했지만 선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건조 실적이 많지 않고 기술력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KC-1을 적용한 첫 선박인 SK해운의 LNG운반선은 지난 2018년 선주에 인도돼 운항을 시작했으나 화물창 외벽에 결빙 현상 등 결함이 발생해 운항을 중단하고 현재 수리를 받고 있다.

조선업계와 정부는 화물창 관련 기술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친환경선박용 극저온 단열시스템 실증 기반 구축사업을 공고하고 LNG 극저온 화물창 소재 및 구조체의 성능평가 기술개발, 친환경 고강도 단열재 기술개발 등을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까지 정부출연 예산 19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LNG 선박을 30년간 건조해 온 업계의 기술력은 해외와 비교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며 "LNG 화물창 기술을 개선하고 국산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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