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창업은 뻔해? '유리천장 격파' 원더우먼들 뭉쳤다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1.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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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여성스타트업 포럼 대표 "투자시장서 통하는 女벤처로 단련시킨다"

이정희 여성스타트업 포럼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정희 여성스타트업 포럼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스타트업 업계에서 여성 창업자는 섬세한 경영과 꼼꼼한 비즈니스로 산업별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두각을 드러낸다.



패션·육아·교육 등 실생활과 밀접한 사업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여성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B2B SaaS(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딥테크(기저기술)를 다루는 여성 기업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아직도 유리천장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유치 과정에서 육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남편 직업은 무엇인지 등 사업 외적인 질문들을 받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보고서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 2020'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여성 스타트업은 54건으로 전체 투자(816건)의 6.6%에 그쳤다. 투자유치 금액도 3313억원으로 총 투자액(4조1186억원)의 8%에 불과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투자유치에 제한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투자 결정권자의 절대 다수를 남성이 차지하고 있어 여성들이 주로 창업하는 생활 밀착형 분야는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얘기다.

여성 스타트업 사업, 남성 인식에서는 평가절하
여성 창업은 뻔해? '유리천장 격파' 원더우먼들 뭉쳤다
'여성스타트업 포럼'은 이 같은 문제 인식에서 결성된 단체다. 이정희 여성스타트업 포럼 대표는 "여성을 위한 어떤 특별함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남성 위주 인식과 절차를 조금이라도 전환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뷰티·육아 등 여성들이 강점을 보이는 산업 분야가 있다. 여성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초반 투자가 잘 이뤄지면 분명 여성 기업이 두각을 드러낼 시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스타트업 포럼은 2019년 서울여성스타트업 컨퍼런스로 첫 닻을 올렸다. 이후 활동반경을 전국으로 확대해 여성 창업가들을 위한 커뮤니티로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정식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포럼 이사진에는 여성 기업가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AC), 정책전문가 등이 포진했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최예은 나눔엔젤스 이사, 손미경 젠엑시스 대표, 시드앤파트너스의 이제은 이사와 장석류 박사, 이동건 액셀러레이팅 컴퍼니 대표가 합류했다.

운영위원으로는 김주은 도르 대표, 허은혜 플레이위드 대표, 김미선 어뮤즈프레임 대표가 선출됐다. 이외에도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기업가정신학회장),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 한인배 한국벤처기업협회 본부장 등이 자문역할로 활동한다.

이정희 대표는 대학교의 산학협력단에서 12년간 근무하며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창업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2017년 시드스파크(현 시드앤파트너스 전신)를 설립하며 투자업계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스스로 문제를 찾고 문제의 해결점을 만드는 창업자들의 역량을 봤다"며 "아이들이 단순히 시키는 것만 하고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팀을 발굴해 키우는데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올해 네트워킹 확장…여성 기업가를 담는다 '여담'

이정희 여성스타트업 포럼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정희 여성스타트업 포럼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여성스타트업 포럼의 핵심 활동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선·후배 여성들의 끈끈한 네트워킹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만 모이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다른 방향에서 각자 생각을 공유하고 정부에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모임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여성 스타트업의 도전 사례와 문제 극복 방안을 공유하는 공감포럼 △시장진입 방안을 분석해 더 나은 환경 조성을 제언하는 정책포럼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돕는 커뮤니티 구축 등 크게 3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여성 입장에서 생각한 사업 아이템이 남성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고 평가 절하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을 두드러지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단련시킬 수 있는 커뮤니티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네트워크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슬로건으로 '여성 기업가를 담는 공간(여담)'을 제시했다. 그는 "다른 사단법인과 달리 정부 측면이 아닌 민간 측면에서 여성 스타트업의 편이 될 수 있는 단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성 스타트업에 필요한 규제완화나 법률·정책 지원이 무엇인지 아젠다를 도출하는 포럼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지지기반을 만들고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한 발 앞장설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COVID-19) 상황을 고려해 5인 미만 네트워킹으로 점 조직을 구성하고 추후 온라인 에서 다 같이 모이는 이벤트도 구상 중이다. 지역별·목적별로 비즈니스 스터디를 하면서 네트워킹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포럼은 사업 준비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참여하면 된다"며 "와서 명함을 돌리라든가 정부사업 참여 등 강제하는 것은 없다. 선배 창업자의 경험을 개인 자산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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