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연기금, 이달 코스피 350억 순매수…어떤 종목 담았나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5.17 16:17
글자크기
달라진 연기금, 이달 코스피 350억 순매수…어떤 종목 담았나


한때 '국내주식 최장 매도'로 개인투자자의 눈총을 받던 연기금이 달라졌다. 이달 들어 호실적 기업 위주로 사들이며 순매수로 전환하면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353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을 포함하는데, 이 가운데 기금적립금이 860조원(지난 2월 말 기준)인 국민연금이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3월만 해도 연기금은 국내주식 '순매도 행진'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지난해 12월24일~올해 3월 12일까지 51일 연속 순매도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무려 14조4980억원에 달했다.

연기금의 매도세가 멎은 계기는 지난달 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목표비중 초과 허용범위를 넓히면서다. 기금위는 SAA(전략적 자산배분)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넓혔다.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는 SAA와 TAA(전술적 자산배분)로 나뉜다. SAA를 밑돌거나 초과하면 기계적으로 비중 내로 들어오도록 매수·매도가 실행되고, TAA는 기금운용본부가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범위다.


국민연금은 SAA를 3%포인트로 넓히되, TAA는 ±2%포인트(기존 ±3%포인트)로 좁혔다. SAA 허용범위 확대로 기계적 매도압박이 줄어들며 매수 여력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삼성바이오로직스 (833,000원 ▼3,000 -0.36%)(1374억원)로 집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608억원,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19% 증가했다. 매출은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다.

증권가에서는 3공장 가동률 상승과 4공장 건설로 실적 증가 폭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코로나19(COVID-19) 여파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이 외주 생산거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며 "4공장 수주만 조기에 확보하면 글로벌 CMO 시장에서 지위는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설'이 돌면서 기대감에 주가가 뛰었다. 이날 7%가량 빠지긴 했으나, 지난 8거래일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4% 넘게 올랐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조흥식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조흥식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9. [email protected]
현대차 (237,000원 ▼7,000 -2.87%)(970억원), 대한항공 (21,700원 ▼100 -0.46%)(833억원), S-Oil (77,900원 ▼200 -0.26%)(806억원), CJ제일제당 (292,000원 ▼500 -0.17%)(584억원), 기아 (112,000원 ▼1,600 -1.41%)(547억원), 휠라홀딩스 (38,350원 ▼200 -0.52%)(384억원), 코웨이 (56,300원 ▼1,400 -2.43%)(369억원) 등도 연기금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분기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보인 기업들이 상당수다.

현대차 (237,000원 ▼7,000 -2.87%)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일부 생산차질에도 시장 기대치(1조5500억원)를 웃도는 영업익 1조6570억원을 기록했다. 신차 판매 호조 및 제네시스·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고가차종 비중이 증가한 덕분이다.

S-OIL은 5년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지난해 부진을 완전히 떨쳐냈다. 지난해 1분기 1조73억원 적자에서 올해 6292억원 흑자로 전환, 1년 새 영업익만 1조6000억원 넘게 늘었다. 유가 상승과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가 '제2의 정유주 전성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S-OIL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조8922억원으로, 2011년 '정유주 황금기'를 넘어서는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올해 상반기 대규모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 가운데 당시보다 석유화학 생산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21,700원 ▼100 -0.46%)은 여객 부문 부진에도 화물 실적 덕분에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1016억원으로 시장 기대치(768억원)도 큰 폭으로 웃돌았다. CJ제일제당 (292,000원 ▼500 -0.17%)은 선물세트 판매와 내식 수요 등으로 영업익 3854억원을 기록, 컨센서스(3270억원)를 뛰어넘었다.

연기금은 공모주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61,700원 ▼300 -0.48%)SK아이이테크놀로지 (73,100원 ▼1,300 -1.75%) 등도 각각 350억원가량 담았다.

이에 비해 연기금은 대형 반도체주나 플랫폼주는 순매도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를 4065억원어치 팔아치웠고, SK하이닉스 (178,200원 ▼3,000 -1.66%)(1304억원), NAVER (187,100원 ▼2,200 -1.16%)(1108억원), 카카오 (54,400원 ▼400 -0.73%)(908억원) 등도 매도 우위였다. 최근 반도체 공급 대란과 플랫폼주의 연초 주가 급등으로 인한 고평가 우려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