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다 계획이 있는걸까…ESG 비트코인 혹은 크레딧 확보

뉴스1 제공 2021.05.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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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게임 컨벤션에서 연설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로이터=뉴스1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게임 컨벤션에서 연설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결제수단으로 대표적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폭탄 발언으로 전세계 코인 투자자들은 패닉(공황)에 빠졌다.

테슬라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허용한지 단 2달 만에 돌연 불허한 것이다. 비트코인이 지속가능하게 친환경적으로 채굴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머스크는 강조했다.



머스크의 갑작스런 번복에 전문가들은 진짜 친환경적 비트코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거대한 계획인지, 아니면 일종의 몽상인지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대한 계획 혹은 몽상



로이터는 13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친환경 비트코인을 원한다. 일종의 계획일까 아니면 몽상에 불과할까'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로이터가 인터뷰한 다수의 암호화폐 전문가들에 따르면 테슬라는 비트코인 채굴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의 친환경성을 높이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 스타트업 밸라우어의 다이애나 빅스 최고경영자(CEO)는 "머스크와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완전 친환경 에너지로 채굴하려는 기존의 노력을 지지할 만한 재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환경 비트코인이라는 도전을 실제 착수하는 것만 해도 수 년이 걸린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테슬라가 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은 비트코인 대신 좀 더 친환경적인 다른 암호화폐로 갈아타는 것이다. 비트코인처럼 슈펴컴퓨터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토큰을 만드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로이터에 말했다.

하지만 갈아타기 전략 역시 쉬운 길은 아니다. 전체 암호화폐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전환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최대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코인들의 경우 규제 우려가 있어 이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채굴이 더 친환경적이 될 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테슬라는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에너지의 1% 미만을 사용하는 다른 암호화폐를 찾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트코인 환경문제 몰랐나?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비트코인 채굴과 관련한 환경오염 문제를 몰랐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경쟁적 전기차들의 등장 속에서 테슬라의 환경크레딧(점수)을 올리기 위한 시도라고 취리히 소재 사프라사라신은행의 사스자 베슬릭 지속가능한 사업개발 본부장은 말했다. 베슬릭 본부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폭탄선언 다음날인 13일 비트코인의 전력소비를 보여주는 차트를 트위터에 올려 놓고 "지난 몇 개월 동안 에너지 사용 추세는 비정상적"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에너지 소비와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에 대해 수 개월이 아니라 수 년동안 비난해왔다. 갑자기 2개월 사이에 비트코인의 에너지 사용이 경천동지할 정도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 관련 리서치플랫홈 디지코노미스트의 알렉스 드브리스 창업가는 "비트코인의 에너지 사용문제는 테슬라가 처음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한지 2개월 만에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캠브리지대에 따르면 2019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에너지는 이집트 전체에서 사용한 에너지와 맞먹는다. 에너지원 대부분은 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방출해 제일 더럽다는 화석연료인 석탄이다.

캠브리지대에 따르면 중국 채굴자들은 비트코인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데, 대부분이 화석연료를 쓴다. 여름 우기 몇 달만 수력발전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바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테슬라와 비트코인 © 로이터=뉴스1테슬라와 비트코인 © 로이터=뉴스1
◇ 복제방지 워터마크 비트코인?

테슬라가 친환경적 채굴업체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스위스 암호화폐 싱크탱크 2B4CH의 이브 벤나임 창업가는 "테슬라가 직접 비트코인 채굴 그룹을 결성해 친환경 에너지를 쓰도록 하거나 채굴팀과 고객들을 직접 연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채굴과정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려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트위터의 잭 도시 CEO가 창업한 온라인결제업체 스퀘어는 비트코인 섹터의 신재생에너지 효능을 높이고 사용을 촉진하는 기업들에 지난해 1000만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됐는지를 추적하는 것을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테슬라가 친환경적으로 채굴된 비트코인만 허용하는 안을 내놓을 수 있다.

암호화폐 컨설턴트인 마야 제하비는 로이터에 "머스크가 친환경 채굴업체들에 투자하고 테슬라는 친환경적으로 채굴된 비트코인만 결제가능하도록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터마크 비트코인에 대한 얘기도 많다"며 "서구권에서 채굴된 비트코인과 중국, 북한에서 채굴된 비트코인을 구분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 코인 갈아타기?

테슬라가 에너지를 덜 써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코인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관심을 전환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비트코인은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면 채굴되는 방식인데, 프로토콜(기저코드)을 통해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들이 서로 경쟁한다. 암호화폐 전문용어로 '작업증명'(proof of work)라고 하는데, 이 시스템은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다.

반면 대안적 프로토콜의 경우 사용자들이 기존 암호화폐의 디지털 계약을 맺어 새로운 코인을 만들 수 있게 허용하고 이는 전기먹는 슈퍼컴퓨터들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이 시스템은 '지분증명'(proof of stake)이라고 불린다.

2위의 암호화폐 이더는 지분증명 시스템으로 잔환을 시도중이다. 하지만 지분증명 시스템을 사용하는 많은 기존의 코인들은 상대적으로 대규모로 사용하기 힘들고 비트코인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하게 낮다.

7위의 암호화폐 리플(XRP)처럼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암호화폐들은 규제의 문제도 있다.

지난해 미국 증권규제당국은 XRP를 만든 블록체인업체 리플이 미등록증권으로 13억달러를 불법적으로 유치했다고 제소했고, 이로 인해 XRP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3대 코인에서 7대 코인으로 주저 앉았다.

비트코인의 프로토콜을 바꾸면 전력 소비가 줄 수 있지만, 탈중앙적 채굴 네트워크의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이 이러한 프로토콜 전환을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 채굴업체 라이트닝아식의 잭 리아오 CEO는 "비트코인 채굴 생태계가 슈퍼컴퓨터 같은 하드웨어에 투자한 돈은 수 십억 달러가 넘는다"며 "프로토콜을 바꾸면 수 십억달러 손실인데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 로이터=뉴스1일론 머스크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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