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백신기지' 될 한국, 무기는 삼성바이오표 '모더나' 윤곽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5.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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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스펀=AP/뉴시스] 2020년 12월21일 미국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이틀 뒤 콜로라도주 도시의 한 커뮤니티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2021. 1. 3. [애스펀=AP/뉴시스] 2020년 12월21일 미국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이틀 뒤 콜로라도주 도시의 한 커뮤니티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2021. 1. 3.


모더나 코로나19(COVID-19) 백신의 국내 대량생산 윤곽이 서서히 잡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을 맡는 것을 전제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모더나의 한국 지사 설립도 동시에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맡을 생산 규모에 따라 GC녹십자 등 다른 제약·바이오사들의 생산도 가능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8월 백신 대량생산과 백신 글로벌 허브 도약 등 그동안 정부의 공언과도 맞물린다.

1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781,000원 ▼9,000 -1.14%)의 인천 송도 공장에서 모더나의 mRNA(메신저 RNA)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것과 관련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제 생산(Drug Product·DP) 형식의 위탁생산을 전제로 한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DP는 백신 생산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병입'이다. 모더나는 현재 프랑스 레시팜과 스페인 로비 등 바이오사에 DP 생산을 맡긴 상태다. 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원액 생산(Drug Substance·DS)은 스위스 론자가 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 생산을 맡게 된다는 보도 관련, 이 회사는 조회공시를 통해 일단 "현재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내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고객사와 협의 사항은 확정 전까지 비공개"라고도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추후 확인이 가능한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답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같은 mRNA계열 백신인 화이자 백신 생산을 맡게 된다는 앞선 언론 보도에 대한 설명과는 확연히 온도차가 감지됐다. 화이자 백신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회공시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국화이자 역시 이와 관련, "자체 생산이 아닌 현지 제조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한국 지사 설립도 진행중인 상태다. 앞서 모더나는 한국 내 사업을 위한 임원급 인사(제너럴 매니저, GM) 채용에 나서며 한국 지사 설립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모더나는 현재 해외 지사가 있는 지역에서만 위탁생산을 맡긴 상태. 따라서 지사 설립은 한국에서의 위탁생산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할 백신이 모더나 백신인 것으로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 생산 경험은 없지만, 위탁생산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mRNA 관련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DS 방식 생산이 아닌 DP 방식이라면, 세계 1위 위탁생산업체(CMO)로서의 노하우만으로도 단기간 생산 준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DP방식으로 모더나 백신을 생산중인 프랑스와 스페인 기업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정치권과 재계 등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생산 관련 구체적 내용이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백신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측 대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은 현재 미국 산업계가 직면한 최대 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삼성전자와 인텔 등과 가진 화상 반도체 대책회의에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대규모 국내 생산을 통해 안정적 백신 수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생산이 공식화되는 한편, 한국에서의 생산 물량까지 논의가 되는 단계가 될 경우 다른 제약·바이오사들의 모더나 위탁생산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GC녹십자 (109,100원 ▼1,500 -1.36%)가 대표적이다. 희귀질환 치료제에 강점을 가진 이 회사는 원래부터 mRNA를 이용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었다. mRNA 백신 관련 연구도 진행중이며 무엇보다 국내 도입되는 2000만명 분 모더나 백신의 독점유통도 맡은 상태다. 핵심 기술인 'LNP(지질 나노 입자)' 를 도입한 에스티팜 (82,200원 ▼1,100 -1.32%)도 눈에 띈다. mRNA 자체보다 LNP 기술 확보가 오히려 더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 해당 기술을 도입을 통해 확보했다면 mRNA 백신 생산 능력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백신 허브 도약 의지를 분명히한 만큼 모더나를 중심으로 한 생산 물량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단일 회사가 소화할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며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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