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재만 따로 모셔요"…은행, 공채 대신 수시채용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5.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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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사진=뉴스1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사진=뉴스1


시중은행이 대규모 공개채용이 아닌 '핀셋' 수시채용으로 인력을 뽑는 방식을 바꿔가고 있다. 상반기 공채 문을 연 시중은행은 없고 하반기 계획은 대부분 미정이다. 비대면 환경이 대세가 되면서 점포 정리작업을 하는데다 디지털 인재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IB(투자은행), 리스크 모델링 등 일부 전문직군에 대한 수시채용 공고를 띄웠다. 맞춤형 인재를 뽑는다는 의미에서 '비스포크(bespoke) 채용'이란 말을 붙였다. 기업금융과 WM(자산관리) 분야에서는 경력직을 뽑는다.



신한은행은 디지털·ICT(정보통신기술) 인재 수시채용도 진행 중이다. 합격자는 AI(인공지능) 서비스 발굴, 빅데이터 분석, 모바일 서비스 개발 등 업무를 맡게 된다. 신한은행은 2019년 시중은행 처음으로 디지털·ICT 수시채용을 시작해 첫해와 이듬해 2년 동안 연평균 100여명을 선발했다. 올해 채용규모는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클라우드 서비스 서버 개발, 글로벌 플랫폼 기획, 리브 모바일 플랫폼 설계 등 전문직무직원을 수시로 뽑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 3월 빅데이터 담당자, 디지털 기획 담당자 등 일부 직군에 대해서만 수시채용 문을 열었다. 우리은행은 과거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의 일환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수시채용만 벌였다.



상반기 시중은행 공채가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만 일반직군을 포함한 상반기 공채를 진행했다. 하반기 계획은 대부분 미정이다. 하반기 공채를 예고한 신한은행은 디지털 이해도를 평가할 계획을 밝혔다. 직무에 상관 없이 디지털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주요 금융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초저금리, 코로나19(COVID-19) 영향 등으로 은행은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점포를 줄여 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지난해 1년동안 모두 222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이들 은행의 지난해 채용 규모는 858명으로 전년(1915명)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반면 디지털 인재 수혈이 시급하다. 인력수요에 대응하려면 공채를 하기 보다 수시로 경력자를 데려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빅테크가 금융업 영역을 잠식하면서 플랫폼을 강화해야 한다. 관련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초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디지털 부문 인사를 빅테크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은행업이 놓인 환경이 디지털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딱 맞는 인재를 적시에 뽑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플랫폼 강화 작업 등에 금융업 자체보다는 디지털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비금융권 디지털 인재 영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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