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발 수소 첫 발 내딛는다…두산-한수원 맞손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5.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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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김상돈 성장사업본부장(왼쪽 4번째)과 두산중공업 정연인 사장(왼쪽 5번째)이 서명을 마친 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두산중공업한수원 김상돈 성장사업본부장(왼쪽 4번째)과 두산중공업 정연인 사장(왼쪽 5번째)이 서명을 마친 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과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형 그린수소(생산 과정서 탄소배출 제로인 수소) 생산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국내선 논의 자체가 터부시되고 있는 원자력발전 전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에 대한 공동 연구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은 가장 효율이 높은 기저발전으로 꼽힌다. 원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수소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면 수소 양산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단숨에 달라질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2일 한수원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정수소 생산 및 에너지 융복합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양 사는 협약에 따라 원자력발전 전력을 활용한 국내외 수소 생산에 대한 공동 연구에 나선다. 양질의 친환경 수소 양산을 위해 고효율의 전력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협약에 따라 이들은 청정 에너지원을 활용한 수소 생산·저장 설비 구축과 운영기술 개발에 협력한다. 특히 중소형 원자로를 활용한 국내외 수소 생산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든 물을 전기분해하든 꼭 필요한 에너지가 바로 전기다. 특히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이 가장 친환경적이다. 이 때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100% 활용하는 수소가 바로 그린수소다.

현실적으로 태양광의 질이나 바람의 양이 수소를 생산하기에 적합할 정도로 수준 높고 풍족한 지역은 전 지구를 걸쳐 몇 군데 되지 않는다. 호주와 미국 등이 친환경 수소 시장에서 앞서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독일 등 유럽의 친환경에너지 및 수소 선진국들은 사하라사막 북부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을 활용해 친환경 수소를 생산, 유럽으로 실어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업계에서는 원자력발전의 전력과 수소생산을 결합하는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서는 정부의 탈원전정책 등으로 인해 논의가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한수원이 해외서 성공모델을 구축할 경우 국내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양사는 이와 별도로 해외 청정 에너지원을 활용한 수소생산 기술 및 관련 사업 공동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원전을 통한 발전은 물론 태양광이나 풍력 등 기타 에너지를 통한 수소생산에 대해서도 기술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수소사업 밸류체인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 협력이 기대된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국내 에너지 전문 기업 간 업무협약 체결로 청정수소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에너지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한수원과는 기존 원전 사업에서의 협력관계를 수력 분야로 확대해 왔다"며 "이번 업무협약으로 중소형 원자로, 수력 등 청정 에너지원을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 확보, 수출 연계 등 새로운 협력 사업들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수소 사업을 준비해 온 두산중공업은 수소 생산, 저장, 운반, 활용 등 전분야에 걸친 사업을 추진중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자회사 두산퓨얼셀도 향후 한수원과 수소 활용을 위한 사업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12일 분당두산타워에서 열린 온·오프라인 동시 협약식에는 정 사장을 비롯해 정재훈 한수원 사장, 김상돈 한수원 성장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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