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美도 "원전시장 키워야"…전세계가 SMR 뛰어든 이유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박가영 기자 2021.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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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에너지 게임체인저 '스마트원전'(SMR) (하)

편집자주 이른바 '스마트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값싸고 안전하면서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 원자력 시장의 새로운 희망이 될지 주목된다.

기후전쟁 이끄는 美 "원전시장 키워야…SMR, 일자리에 도움"
탄소중립 美도 "원전시장 키워야"…전세계가 SMR 뛰어든 이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세계 기후위기 해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행정부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자력발전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기술을 활용해 원전의 활용도를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알레시아 던컨 미국 에너지부 부차관보는 12일 경상북도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SMR을 활용한 미래 원전은 투입 자본이 적고 투자가 용이해 기존 원전 대비 부담이 덜 하다"며 "에너지와 환경의 측면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유연한 전력망 등 다양한 이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던컨 부차관보는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미국 에너지부는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기술 적용을 지원할 것"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탄소저감 목표달성을 위해 원전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 2월17일(현지시간)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협약 복귀를 선언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탄소중립에 앞장 서고 있는 미국이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입지가 좁아진 전 세계 원전 업계에 주는 의미가 작지 않다.

미 행정부는 특히 SMR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현했다. 던컨 부차관보는 "지금은 대형 원전이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기본적인 형태지만 미래에는 발전된 원전(Advanced Reactos)인 SMR, 초소형원전(Micros), 물을 사용하지 않는 원전(Non-Water Reactor) 등을 통해 유연한 전력공급과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SMR은 건설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쉽고 짧은 시간에 건설이 가능해 활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SMR은 온실가스를 생산하지 않는 동시에 환경오염을 피하고, 출력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다"며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동시에 국가안보상에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던컨 부차관보는 "SMR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많은 제조업 일자리와 새로운 공급망이 미국에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SMR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미국으로, 뉴스케일 주도로 실제 건설을 앞두고 있다"며 "캐나다는 주정부 합동으로 설계를 막 시작한 단계로, 한국도 혁신형 SMR 1단계가 종료되면 2단계부터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용 기자

바이든도 롤스로이스도…"미래 핵심기술" SMR에 뛰어들다
탄소중립 美도 "원전시장 키워야"…전세계가 SMR 뛰어든 이유
탄소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소형모듈원전'(SMR)이 주목받는 가운데, 여러 국가가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SMR 개발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담은 일체형 원자로로, 발전용량은 기존 대형 원전 3분의 1 수준이지만 비용이 낮고 환경 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미국은 SMR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SMR을 2050년 미국 탄소중립 달성 핵심 기술로 꼽았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SMR과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달러(약 32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원전전문 회사인 뉴스케일은 지난해 자사 SMR 모델에 대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심사를 마쳤으며, 아이다호 주에 발전용량 60㎿급 SMR 12기로 이뤄진 총 720㎿ 규모 소형원전발전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원전기업 테라파워도 10년 내 SMR '나트리움'을 상용화해 미 전역에 소형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SMR 기술의 책임 있는 사용을 위한 기초 인프라'(FIRST·Foundational Infrastructure for Responsible Use of Small Modular Reactor Technology) 프로그램을 개시하고, 최초 투자금으로 530만달러(약 59억610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공개됐으며, 파트너 국가와의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러시아는 이미 SMR을 적용한 부유식(물에 띄우는 방식) 원전을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SMR 기반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전으로 70㎿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를 통해 송전설 설치와 대형 발전소 건설이 어려운 극동지역 추코트카 자치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인 롤스로이스가 SMR 사업에 뛰어들었다. 영국은 롤스로이스가 이끄는 컨소시엄과 합작해 2억파운드(약 3179억원)를 투자해 SMR 16기를 건설, 각각 440㎿ 규모의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의 에너지기업 닛키홀딩스는 일본 기업 최초로 SMR 사업에 진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닛키홀딩스는 지난 5일 뉴스케일에 4000만달러(약 450억원)를 출자했다고 밝혔다. 닛키홀딩스는 미국 아이다호주 SMR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향후 자체적 건설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원자력협력재단(KONICOF)이 발간한 세계 SMR 개발 동향에 따르면 캐나다도 국립연구소(CNL)는 SMR 핵연료 연구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SMR 건설 추진을 위한 협력체를 구성했다. 이 밖에도 에스토니아에서 SMR 연구가 시작됐고,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VTT)는 지역난방에 사용 가능한 SMR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한국도 혁신 기술을 적용한 SMR 개발에 돌입했다.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 주도로 2030년까지 4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혁신 SMR을 뜻하는 'i-SMR'을 상용화하고 수출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이 SMR 후발주자로 분류되고 탈원전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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