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BJ의 막말…'유관순 열사' 비하해도 규제 못한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1.05.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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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인터넷 방송의 '막말'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0일에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유관순 열사를 두고 성적 비하 발언을 한 인기 유튜버 BJ봉준과 오메킴이 문제가 됐다.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하자 아프리카TV 측은 90일 방송정지 조치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관련 규정을 정비하지 않는 한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관순 열사 모독은 국가 모독"…국민청원까지 등장한 BJ '막말'
유관순 열사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하고 있는 BJ봉준. 이 영상의 조회수는 12일 현재 150만 건을 넘겼다. / 사진 = 유튜브 갈무리 유관순 열사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하고 있는 BJ봉준. 이 영상의 조회수는 12일 현재 150만 건을 넘겼다. / 사진 = 유튜브 갈무리


지난 10일 새벽 BJ봉준과 오메킴은 동료 방송인들과 음주 방송을 하던 중 서로의 성적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BJ봉준은 동료 여성 방송인들에게 "(성관계할 때) 어떤 자세로 수갑을 차느냐"며 "대한독립 만세냐"며 두 손을 올렸다. 이를 본 오메킴이 "2021년 유관순이네"라고 하자 BJ봉준은 "유관순이냐"며 웃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독립열사이신 유관순 열사를 모독한 BJ(인터넷 방송인)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돼 현재 1만6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성 관련 이야기로 유관순 열사를 모독하는 행위는 국가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적었다.



아프리카TV는 결국 BJ봉준과 오메킴에게 '독립운동가 모욕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오는 8월10일까지 90일간 방송 정지 처분을 내렸다. BJ봉준을 자사 게임 광고 모델로 선택했던 한게임도 BJ봉준이 노출되는 광고를 모두 삭제했다.

개인 방송인들의 '막말 논란'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3월에는 유튜버 감스트가 생방송 도중 손흥민 선수를 향해 'XX같은 XX'라고 막말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다른 BJ에게 '박지선은 꺼지세요'라며 고인을 언급한 BJ철구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은 모두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1인 크리에이터가 대중화되면서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기존 방송과 흡사할 정도로 커졌으나 그에 걸맞은 윤리 의식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주 시청층이 어린 청소년들이라는 점에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 언어폭력을 포함한 사이버폭력이 급증한 상황에서 학교폭력을 조장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중 92.6%, 교사 중 91.3%가 '1인 크리에이터가 학생에게 사이버폭력과 관련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가장 많이 경험한 사이버폭력 유형으로 언어폭력(19.7%)를 꼽았다.

'막말하면 돈 많이 번다'…처벌도 못하는 인터넷 방송, 반복되는 논란
고 박지선씨를 비하하는 내용의 막말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BJ철구. / 사진 = 유튜브고 박지선씨를 비하하는 내용의 막말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BJ철구. / 사진 = 유튜브
막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자극적인 발언으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할수록 제휴단가(광고비)가 오르는 구조 때문이다. 유튜브 분석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BJ봉준의 발언 당일인 지난 10일 하루 수익은 최대 254만원에 달했다. BJ봉준의 사과 영상이 다른 영상보다 3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이튿날에는 514만원까지 수익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방송인들의 막말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개인 방송은 방송이 아닌 통신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방송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유관순 열사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한 BJ봉준과 오메킴 등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낮다.

박성현 법률사무소 유 대표변호사는 "고인에 대한 모욕죄는 구체적인 허위 사실 적시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으나 위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실을 언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족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승소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크리에이터 윤리 기준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윤리 기준 관련 협의체 운영을 시작했다"며 "유튜브 등을 통한 1인 크리에이터의 자극적인 표현이 청소년층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공감대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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