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과했나…게임업계, 인건비 리스크에 '비명'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05.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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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넥슨 인건비 부담에 실적 '주춤'…하반기 신성장동력 필요

/사진=넥슨/사진=넥슨


올 초 게임업계 성과급 잔치가 역성장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엔씨소프트가 증권가 예상 실적을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넥슨도 실적이 주춤했다. 올 초 연봉 인상분까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게임업계 인건비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넥슨은 올 1분기 매출 9277억원(엔화 883억엔), 영업이익 4551억원(엔화 433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 4% 증가한 수치다. 당초 넥슨은 영업이익이 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다행히 전년과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실적이 주춤했다는 평가다.

올 1분기 넥슨의 글로벌 통합 인건비는 139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그러나 넥슨 관계자는 "인건비 증가가 영업이익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같은기간 엔씨소프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0% 줄어든 5125억원, 영업이익은 77% 급감한 567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인건비는 2325억원으로,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2M' 흥행에 힘입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도 10%나 늘었다. 올 초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념하기 위해 정기 성과급에 이어 '김택진 대표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을 4000여명의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이 비용만 340억원에 달한다.

컴투스와 펄어비스도 인건비가 발목을 잡았다. 컴투스는 성과급 지급 영향으로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44.5% 늘면서 영업이익이 25.3% 감소했다. 지난 3월 연봉 800만원 일괄 인상 및 200만원 추가 보상안을 발표한 펄어비스도 인건비가 14% 증가했다. 여기에 '검은사막 모바일'까지 부진하면서 영업이익은 71.7%나 급감했다. 영업이익이 32% 감소한 선데이토즈도 "연구소 개발인력 급여 인상에 따른 연구개발비가 1년 사이 65% 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게임업계 인건비 부담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올 초 경쟁적으로 인상한 연봉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탓이다.


1인당 연봉을 800만원 인상한 넥슨과 넷마블은 올해 인건비가 각각 각각 400억원, 28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두 자릿수의 인건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인재 채용 확대와 초봉 인상 영향까지 더하면 업계 인건비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인재 유치를 위한 보상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분석도 있다. 이날 캐주얼 게임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연봉의 3분의 1을 1분기 성과급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단기 성과 보상으론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직이 자유로운 업계 특성상 보상이 부족하면 인재를 다른 회사에 뺏기기 때문에 보상에 인색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인건비 리스크 커진다…신작 게임 중요성 확대
넷마블의 '세븐나이츠2'/사진=넷마블넷마블의 '세븐나이츠2'/사진=넷마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신작의 주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인기 게임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감소하는 만큼, 새로운 게임으로 매출을 늘려 비용 증가를 상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모두 최근 신작을 내놓지 않아 영업비용 증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넷마블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세븐나이츠2'에 힘입어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 중 유일하게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넷마블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05% 증가한 6504억원, 영업이익은 330.76% 급증한 879억원으로 추정된다.

위메이드 역시 신작 출시 효과로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 760억원, 영업이익 2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7%, 755% 폭증한 것이다. 지난 연말 출시한 모바일 MMORPG '미르4'가 1분기에만 45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덕분이다. 미르4 영향으로 모바일 사업 매출은 478%나 늘었다.

이에 엔씨소프트와 넥슨도 2분기부터 신작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20일 '트릭스터M'과 2분기 '블레이드 앤 소울 2'를 선보인다. 넥슨 역시 '카트라이더:드리프트'와 '커츠벨', '코노스바 모바일 판타스틱 데이즈'를 준비하고 있다. 펄어비스도 올해 '붉은사막', 내년 '도깨비' 선보이는 등 신작 개발에 힘을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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