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매그나칩에 드러난 국가핵심기술 구멍…'OLED칩' 뒷북 지정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심재현 기자 2021.05.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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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첨단기술 세계대전, 구멍난 기술보호①

편집자주 국가 핵심기술 보호에 '경고등'이 켜졌다.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구동칩을 생산하는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 자본에 매각되면서다. 정부는 이 기술을 뒤늦게 핵심기술에 추가하는 절차를 밟고 있지만 이전 세대인 LCD(액정표시장치) 구동칩 기술은 보호 대상에 들어있는 등 핵심기술 보호가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단독]매그나칩에 드러난 국가핵심기술 구멍…'OLED칩' 뒷북 지정


국내 디스플레이 반도체 제조업체 매그나칩이 중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을 두고 기술 유출 논란이 일자 정부가 뒤늦게 이 업체가 보유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구동칩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OLED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기술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미 확보한 기술을 보호하는 데도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치권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디스플레이 전문위원회를 열고 OLED 구동칩 관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가정보원에서 산업기술 보호를 담당하는 부서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차상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의결만 남은 상황이다.



국가핵심기술이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이나 전략산업 보호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산업부가 지정한다.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등 주력산업의 71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OLED 이전 세대의 기술인 LCD(액정표시장치) 구동칩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면 OLED 구동칩은 목록에 올라있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주류 스마트폰에서 OLED 디스플레이가 대세로 자리잡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TV 시장에서도 OLED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OLED가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동안 정부의 전략기술 보호 정책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가 부랴부랴 핵심기술 지정에 나선 것도 매그나칩 매각 계약이 알려지고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된 이후라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업계에서는 국가 차원의 산업·기술 보호 전략 부재가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OLED 구동칩 기술 전반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당황스러웠다"며 "2000년대 초반 LCD 관련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이후 10년 가까이 디스플레이 기술 보호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매그나칩이 이대로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 2002년 하이디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특허기술만 빼가고 헐값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이디스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LCD 사업부에서 분사했다가 2002년 중국 BOE에 매각됐지만 핵심기술만 뺏긴 뒤 2008년 대만 기업에 팔렸다. 당시 3류 축에도 못 꼈던 BOE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다음해인 2003년 6월부터 LCD를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 세계 1위 LCD업체로 올라섰다.

매그나칩이 보유한 OLED 구동칩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매각 계약 자체가 정부의 심사를 받게 된다. 정부가 기술 유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매각을 불허할 수 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인사청문회 당시 매그나칩 매각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와 관련, "면밀히 들여다보고 보호해야 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매그나칩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매그나칩 매각 승인 여부는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패권경쟁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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