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교수 성폭행에…'친하려 한 것' 학교는 덮으려 한다" 靑청원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5.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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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 사립대학교 교수가 동료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대학 측이 이를 덮으려 한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가 강간을 덮으려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의 실명까지 밝힌 청원인 A씨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권력으로 덮어버리는 일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는 ○○대학교 같은 센터에 근무하던 동료 B교수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여자로서 세상에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죽기보다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용기 내서 제 실명을 밝히고 공개한다"고 말했다.



A씨는 "얼마 전까지 대학교 부총장이었던 C교수가 같은 센터를 감독하고 있어 'B교수에게 강간 당했으니 분리조치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며 "하지만 제게 돌아온 말은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 후로는 오히려 저를 내쫓으려고 보직을 없애고 회의에 부르지 않는 등 업무에서 배제했다"며 "저는 참다 참다 B교수를 강간죄로 고소하고, C교수도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동료 교수마저 강간한 교수라면 학생들도 위험하다고 생각돼 ○○대학교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한 뒤 (B교수와) 학생들과의 분리조치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대학 측은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뭔가 하는 척만 할 뿐 분리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조치가 적절한지 세상에 알리고 싶다. 여자 교수가 성폭행 당해도 이 정도면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어떻게 하냐"며 "저는 실명을 공개했으니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생각하면 고소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교는 이를 덮기에 급급하다"며 "숨죽이고 뒤에서 우는 많은 여성들을 대신해 호소한다. 대학 측이 권력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것을 감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처음 청원 글에서 대학 이름과 본인 실명까지 모두 공개했다. 이후 홈페이지 관리자가 해당 청원에 대한 검토를 거치면서 이름은 비공개처리됐다. 이 청원은 공개된 지 이틀 만인 12일 오후 2시30분 기준 10만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사진=뉴스1/사진=뉴스1
앞서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 B교수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두 교수는 2019년 5월부터 한 연구센터에서 연구과제를 함께 진행했다. B교수는 센터장을, A교수는 부센터장을 맡고 있었다.

A교수는 "B교수가 2019년 6월 회식 후 집에 바래다준다는 핑계로 따라왔다. 가라는 말을 무시하고 완력으로 집 안으로 들어와 강간했다"며 "B교수는 최근까지도 회식자리에서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 술 마시고 전화 해 성희롱 발언을 하며 괴롭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부총장인 C교수는 '그런 문제가 밖으로 나가면 안 되니 참아라', '친하게 지내려고 한 성희롱이 무슨 벌 받을 일이겠냐' 등의 말을 반복하며 지속적인 피해자의 문제 해결 요청을 거절했다"고도 했다.

B교수는 "A교수 집까지 간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폭행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교수는 지난해 10월 부센터장 제도를 없애고 A교수를 직책에서 해제한 의혹을 받았다. 대학교 측은 지난달 21일 C교수를 보직 면직 처리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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