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포용 나선 카뱅…대출 금리 최대 1.2%P 깎는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5.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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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한도 확대도 유지…그동안 "인터넷銀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쏠림" 지적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사진제공=카카오뱅크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사진제공=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중금리대출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한도를 늘린 데 이어 금리를 내리면서 문턱을 낮췄다. 하반기 중저신용자 전용상품도 내놓으며 중금리대출을 좀더 활성화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12일부터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금리를 최대 1.2%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 앞서 한도를 늘린 조치도 유지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월 중신용 대출 상품의 최고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했다.



반면 고신용자에겐 문턱을 높였다. 고신용자 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반토막 내는 등 하향 조정했다.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는 최대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신용대출의 경우 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각각 줄었다.

카카오뱅크는 하반기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한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를 위해 신용평가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만으로 신용을 평가하기 부족해 통신 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카카오뱅크 중금리대출 비중/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카카오뱅크 중금리대출 비중/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그동안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고신용자를 우선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초 특례법까지 만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을 탄생시킨 명분은 '중금리대출 활성화'였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제한) 완화 등 파격적인 특혜를 준 대가였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34%까지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중금리대출 비중을 늘리긴 했으나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6%대에 머무는 등 금융당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중금리대출 규모는 1조3800억원으로 전체 대출(20조3133억원)의 6.79%를 차지했다. 전년(6.59%)에 비해 소폭 늘어난 데 그쳤다. 기존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이 고신용자 비중이 90%를 넘는 등 '고신용자 쏠림'이 뚜렷했던 셈이다.

그러다보니 지켜만 보던 금융당국도 칼을 빼 들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장기 계획서를 받아 이행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난달 말 중금리대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이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에 인색했다는 게 시장 평가"라며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에 부합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도 중금리대출 확대를 재차 약속했다. 윤호영 대표는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중금리 대출을 매년 1조원 이상 공급해왔지만 예상보다 자산 증가 속도가 빨랐고 상대적으로 고신용자에게 집중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전년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며 "중금리, 중저신용자 대출의 혁신은 카카오뱅크가 본래 지향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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