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2028년 인허가를 목표로 경제성과 안전성을 대폭 향상한 '혁신형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이면 세계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한수원의 판단이다.
SMR이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규모가 300MW(메가와트) 이하인 소규모 원전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경제성 문제로 상용화 노력이 부족했지만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란 공동의 목표가 생기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청정 에너지원이란 점에서다.
SMR은 전력생산 뿐 아니라 그린수소 생산과 증기판매, 해수담수화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한수원은 현재 SMR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증기를 활용해 값싼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김한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은 "SMR을 이용하면 기존 수전해 방식 외에도 섭씨 600~800도에 달하는 증기를 이용해 훨씬 효율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세계 노후 상용원전 중 48기가 500MW(메가와트)급 이하다. SMR의 전기출력 300MW 이하인 만큼 이들 노후 상용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공장제작, 현장조립이 가능한 소형 원전인 만큼 전력망과 무관한 분산형 전원,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곳에 활용이 가능하다. 선진국 뿐 아니라 저렴한 투자비용 등을 감안하면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도 대형원전이나 온실가스 배출 부담이 큰 석탄화력 발전 등에 비해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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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65~85GW(1GW는 원전 1기 설비용량)의 SMR이 건설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연간 150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뿐 아니라 수 많은 국가들에서 총 71종 이상의 SMR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17기, 러시아 17기, 중국 8기, 일본 7기, 한국 2기 등 미국과 러시아가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개념설계 40기, 기본설계 5기 등 대다수가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현재 상용화를 앞둔 노형은 운영 1건, 건설 중 2건, 설계인증 2건 수준이다.
한국은 1997년부터 개발에 착수, 2012년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를 개발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세계 최초로 SMR형 원자로 표준 설계 인가를 받았다. 미국도 2020년 '뉴스케일(NuScale)'이 표준 설계 인가를 획득했다.
한국 정부는지난해 12월 28일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SMART를 이을 차세대 SMR인 '혁신형 SMR(i-SMR)' 개발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i-SMR은 170MWe급 소형모듈원자로로서 무붕산, 내장형 제어봉구동장치 등을 설계 적용해 국내외 SMR 대비 안전성, 경제성이 뛰어나다.
국회에서도 SMR 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공식 출범했다. 향후 SMR 개발을 위한 정책 지원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12일까지 이틀 간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1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세계 원자력계가 소형원전에 주목하고 있다"며 "국내 원자력계도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화 로드맵을 조속히 정립하고 소형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달 14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혁신형 'SMR 국회포럼'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