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물린 요기요·이베이 인수전…유통업계 '선택의 시간'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1.05.1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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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요기요 인수전을 바라보는 IB(투자은행) 업계 시선이 갈린다. 매력적 산업은 분명한데 파격적 조건을 내걸 만큼의 장점은 적다는 평가다. 대어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맞물려 요기요 인수전이 끝까지 흥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의견도 적잖다.

11일 IB업계에 따르면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DH)는 SSG닷컴과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탈 등 5곳을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로 선정해 통보했다. 이번주 실사에 돌입한 이후 다음달 중순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후보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홈플러스를 갖고 있는 MBK파트너스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똑같이 이름을 올린 이들이 요기요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인 M&A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달 SSG닷컴은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 지분 80%와 ISE커머스 지분 20% 등 W컨셉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2000억원대 후반으로 알려졌다. e커머스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숏리스트 후보에 들긴 했지만 IB업계에선 요기요에 큰 관심이 없다고 본다. 신세계가 "유통과 라스트마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한 건 맞지만 완주까진 가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MBK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 인수전을 두고 "근래 드문 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일단 물류 시장만 놓고 보면 계속 성장하는 산업임은 분명하다. 이마트, 이마트24 등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과 홈플러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을 갖고 있는 MBK파트너스 등은 요기요와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단 평가다. 이 관계자는 "DH가 요기요를 어떻게든 높은 가격에 매각하려는 욕심이 강하지만 인수주체들은 여러 리스크를 감내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령 콜배차 솔루션은 DH가 보유한 것으로, 1년만 제공한 뒤 빼버리는 것"이라며 "그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요기요를 사고 1년 뒤 콜이 제대로 안 들어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솔루션 개발에 들어가는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요기요는 아직까지 배달시장에서 점유율 2위이긴 하지만 쿠팡이츠에 추격당하는 상황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요기요는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 17.9%로 쿠팡이츠(13.6%)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 때문에 요기요 몸값이 초반 최대 2조원까지 거론됐지만 현재 4분의 1 수준인 최대 5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시선은 이베이코리아로?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사진은 17일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의 모습. 2021.3.17/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사진은 17일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의 모습. 2021.3.17/뉴스1
무엇보다 신세계그룹과 MBK파트너스는 G마켓, 옥션 등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시기가 겹치면서 이들이 요기요와 이베이코리아 중 한 곳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관심은 요기요보다 이베이에 쏠려있다"고 했다. 그는 "결국 e커머스는 점유율 게임이기 때문에 이베이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향후 e커머스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이베이 인수전 숏리스트 후보에는 롯데쇼핑, 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이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에서 네이버(18%), 쿠팡(13%)에 이어 3위(12%)다. 그간 e커머스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롯데쇼핑(롯데ON), 이마트(SSG닷컴), SK텔레콤(11번가), MBK파트너스(홈플러스) 중 그 누가 인수하더라도 단숨에 e커머스 3위 사업자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물론 이베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오픈마켓 사업 모델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성장성도 없고 고객도 네이버를 통해 들어가는 고객이 많아 사실상 상품 구색 갖추는 일만 남는건데 이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리테일 기반의 유통회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인재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가 매력적인 이유는 인력들이다. e커머스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처음부터 알았던 인재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가장 크다"고 했다.

또 일각에선 이베이 인수전이 더 늦춰지거나 자칫하면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초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본입찰 일정도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진 이베이가 주력 사업에 집중하길 원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이베이 회사 규모를 축소하도록 강요해왔는데, 그들이 이베이 지분을 매각하고 나가면서 이베이코리아 매각건에 대해서도 압박이 크게 줄어들어 안 팔수도 있을 것 같단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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