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열기에 주춤 'AK플라자', '지역친화형 몰'로 반전 노린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05.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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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 각 지역에 맞게 고객들 취향 저격하는 다양한 MD로 변화

AK플라자 분당점 1층 피아짜360 광장 전경. /사진=AK플라자AK플라자 분당점 1층 피아짜360 광장 전경. /사진=AK플라자


한때 연간 매출액 2조1500억원을 넘기며 백화점 업계 4위까지 올라섰던 AK플라자(AK홀딩스 백화점 부문)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여파 속에서 주요 대형 백화점들이 명품 판매로 선전하고 있지만, 명품 라인업이 약한 AK플라자의 실적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AK플라자는 명품 유치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지역 친화형' '취향 저격형'으로 탈바꿈, 장기적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홀딩스 백화점 부문의 실적은 2020년 3004억원으로 전년비 26.1% 줄었고, 영업손실은 37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2018년 매출액 4536억원, 영업이익 175억원 △2019년 매출액 4102억원, 영업이익 46억원 등으로 매년 실적이 악화하다가 2020년 실적이 더욱 쪼그라든 것이다.
명품 열기에 주춤 'AK플라자', '지역친화형 몰'로 반전 노린다
2020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임시 폐점 등이 잇따르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긴 했지만, 다른 백화점들에 비해 AK플라자의 타격이 컸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혀 명품 인기가 치솟아 다른 백화점들은 보복소비의 수혜를 입었지만 AK플라자는 명품브랜드 라인업이 약해 그 수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AK플라자 점포들 중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이른바 명품 빅3가 입점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가장 명품 라인업이 화려했던 분당점에서마저 페라가모, 버버리 등이 올해 초 빠졌다. AK플라자는 수원, 분당, 평택, 원주 등에서 백화점 4개 점포와 홍대, 기흥, 세종 등 쇼핑몰(AK&) 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AK플라자는 명품 브랜드 유치 등에 힘을 쏟기 보다는 '지역 친화형' '취향 저격형' 쇼핑 공간으로 거듭나겠단 전략을 세웠다. AK플라자는 '오픈 런' 현상이 빚어지는 등 과도한 명품의 인기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반짝 현상'에 그친다고 보고 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고객들에게 장벽이나 문턱이 없는 백화점과 쇼핑몰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K 아트딜러가 미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갤러리K는 7월 31일까지 AK플라자 분당점 2층에서  팝업 형식으로 열린다. /사진제공=AK플라자갤러리K 아트딜러가 미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갤러리K는 7월 31일까지 AK플라자 분당점 2층에서 팝업 형식으로 열린다. /사진제공=AK플라자
AK플라자 측은 '지역 친화형' '취향 저격형' 쇼핑 공간으로 거듭나겠단 목표를 세운 뒤 차츰 점포 MD 구성을 바꾸고 있다. AK플라자 분당점은 1층에 쉐이크쉑, 스타벅스 리저브, 타르틴 베이커리 등 F&B(식음료) 매장을 넣어 고객들이 편히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3층에는 '가든어스'를 입점시켰다. '가든어스'는 단순히 식물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식물을 가꾸고 돌보는 플랜트 호텔, 친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용품, 비건 화장품과 스낵을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또 2층에는 미술 작업을 체험하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이색 공간인 드로잉 카페 '성수미술관'과 피부를 측정한 후 2분 안에 로션, 에센스를 즉석 제조해주는 미래형 뷰티 브랜드 '릴리커버'가 입점했다. 이밖에 예술작품과 금융을 결합한 아트테크 '갤러리K' 팝업도 진행 중이다.

AK& 홍대점 역시 근방에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이달 초 5층에는 일본 애니메이션·만화·게임을 아우르는 전문점 애니메이트 매장을 열었고, 홍대 '북새통문고'를 그 안에 숍인숍으로 입점시켰다. 또 홍대점이 위치한 연남동이 많은 내국인 고객들에게도 관광지임을 고려해 4층에 미디어 아트 전시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도 열었다. 지난 1일 애니메이트와 북새통문고가 오픈함과 동시에 AK& 홍대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장사진을 이뤘다.
AK& 홍대점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에서 고객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AK플라자AK& 홍대점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에서 고객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AK플라자
AK플라자는 '지역 친화형' '취향 저격형' 쇼핑 공간으로의 변화에 고객들의 호응이 있다고 보고 향후 전 점포에 진행할 예정이다. AK플라자 관계자는 "분당에는 지역주민들의 취향에 맞게 미술관, 비건 등의 MD를 입점시켰고, 홍대에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MD를 넣었다"며 "타 점포에서도 꾸준히 이 같은 MD 변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는 10월 오픈하는 광명점과 내년 여는 금정점에도 이 같은 전략이 적용된다.

2020년 11월 신규 선임된 김재천 AK플라자 대표는 '데일리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자며 이 같은 변화에 앞장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김 대표는 고객들에게 '일상의 풍요로움' 제공하는 곳이 돼야한다며 각 점포들을 그곳이 위치한 지역색과 근방 고객들에 맞춰 변화시키고 있다"며 "고객들이 꼭 찾고자 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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