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육성→상장→신규투자' SKIET로 본 SK 성장방정식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5.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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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2021.5.11/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2021.5.11/뉴스1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 (73,200원 ▲100 +0.14%)) 증시 상장으로 SK그룹이 시가총액 30위권 계열사를 하나 더 보유하게 됐다. SKIET를 보유한 사업지주사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에 이어 다시 수조원의 2차전지(전기차용 배터리) 투자비용을 확보했다.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를 새로운 가치에 투자하는 선순환이다.



연이은 기업공개, 유동성 늘리고 투명성 높인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유력 계열사들을 연이어 상장시켰다. 지난해 7월 일약 IPO(기업공개) 광풍을 불러온 SK바이오팜 (91,700원 ▼800 -0.86%) 상장을 시작으로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 (61,300원 ▼400 -0.65%)에 이어 11일 SKIET까지 이어지는 릴레이 상장이다. SK그룹은 SK루브리컨츠 상장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 돈이 넘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루브리컨츠 상장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SKIET 상장을 통해 SK그룹은 시가총액 순위 30위권 계열사를 하나 더 보유할 수 있게 됐다. SK그룹의 상장 종목은 우선주를 포함해 25개인데, SKIET는 11일 기준 SK하이닉스 (183,000원 ▲4,800 +2.69%)-SK텔레콤 (52,500원 ▼800 -1.50%)-SK이노베이션 (116,000원 ▼2,400 -2.03%)-SK (178,600원 ▼4,000 -2.19%)(SK홀딩스)-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그룹 내 여섯번째로 시가총액 규모가 큰 종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11.7조원)와 SKIET(11.2조원) 간 시총 격차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연이은 상장은 SK그룹에도 상당한 유동성을 공급해줄 전망이다. 이번 SKIET 상장만으로도 총 1조7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1.5조원)와 바이오팜(1조원+지분매각 1.1조원) 등의 상장을 통해 SK가 대대적인 글로벌 바이오 투자에 나섰던 전례를 볼 때 이번 IPO를 통해서도 상당한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SK이노, 배터리 중심 혁신 가속화
SK이노베이션 조지아 2차전지 공장 건설 현장./사진=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 조지아 2차전지 공장 건설 현장./사진=SK이노베이션
주축은 중간사업지주사 SK이노베이션이다. 계열사 SKIET 상장, 앞서 발표된 계열사 SK루브리컨츠 지분(1조원) 매각 등을 통해 3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몇년 전부터 페루 광구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페루 정부의 복잡한 상황 탓에 매각이 지연됐는데 외려 호재가 됐다.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유가가 상승, 광구 가치도 더불어 올라갔다.


페루 광구 가치는 당초 1조2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됐다. 광구 가치 상승분을 반영해 계획대로 매각한다면 SK이노베이션이 비영업활동으로 최대 5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까지 정유부문(SK에너지)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며 연간 2조568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SK이노베이션이다.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올 들어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상승하면서 실적도 급반전될 전망이다. 대규모 배터리투자를 앞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호재 중의 호재다. 무엇보다 2차전지 시장이 이제 막 열리는 상황에서 미국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여력이 생겼다.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배터리사업부)과의 소송에서 지며 떠안게 될 합의금 부담도 상당부분 희석할 수 있다.

사업성장-유동성확보-신사업투자 '선순환'

SK이노베이션의 투자방정식은 모범답안 격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2차전지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소송 등의 여파로 미뤄왔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과 JV(조인트벤처) 설립이나 기타 독자적 투자 계획을 추가로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자금확보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전방위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사업의 성공적인 육성과 이를 통한 자금 확보, 대규모 신사업 투자는 아주 이상적인 유동성의 흐름이다. 지분매각이 이뤄진 SK루브리컨츠 역시 전기차·수소전기차용 윤활유 출시 등 신사업을 통해 꾸준히 회사 가치를 스스로 높였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적자 발생 직후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것 자체로 SK이노베이션은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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