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든 인플레 공포 국내증시 하락…"고평가 성장주 경계"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5.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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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증시가 코스피 사상 최고치 돌파 후 하루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날 미국 기술주 급락으로 인한 빅테크 투자심리 위축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날 하락에도 증시를 뒷받침하는 펀더멘털 개선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인플레이션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까지 단기 변동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39.87포인트(1.23%) 떨어진 3209.43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1.7% 넘게 하락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오후 들어 하락폭을 줄이며 3200선을 지켰다.

개인과 외국인이 치열하게 공방했다. 개인은 이날 3조5555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1월 11일(4조4921억원), 1월 26일(4조2050억원), 2월 26일(3조7785억원) 이후 역대 4번째 규모다.



업종별로 간밤 미국 기술주 하락 여파로 전기전자와 의료정밀이 2% 넘게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시가총액 상위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는 2.4%, 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는 5.38% 급락했다. 이날 상장한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시초가 대비 26.43%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14.19포인트(1.43%) 하락한 978.61을 기록했다. 공매도 대상인 코스닥150 지수는 이보다 더 큰 2.17% 하락 마감했다. 수급면에서는 코스피와 같은 흐름을 보였다. 개인이 5076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184억원, 2669억원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는 IT하드웨어와 반도체가 2~3%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시총 1, 2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셀트리온제약 (90,700원 ▼1,200 -1.31%)이 1% 넘게 하락했고, 펄어비스 (30,600원 ▲650 +2.17%)에코프로비엠 (234,000원 ▼11,500 -4.68%)은 2% 넘게 떨어졌다. 반도체 관련 종목인 SK머티리얼즈 (402,900원 ▼10,100 -2.45%)는 전일대비 6.99% 급락했다.


다시금 고개를 드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철광석과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중국 4월 PPI(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6.8% 상승했다. 시장예상치(6.5%)를 웃돌며 지난 2017년 10월 이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PPI 급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이라며 "그러나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 낙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4월 CPI는 전년동월 대비 0.9% 상승해 예상치(1%)를 밑돌았다.

이 팀장은 "지난 3일 공매도 재개 이후 수급의 변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물가지표 확인, 옵션만기가 맞물린 구간으로 심리적, 수급적 변동성 클 수 있다"며 "물가 지표를 통해 할인율에 대한 부담은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 4월 CPI와 1일 PPI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업계 전문가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진 투자 환경에서 고밸류에이션 주식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고평가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일부 성장주 계열에 대한 고평가 논의가 제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12개월 선행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높은 업종은 건강관리(5.92배), 소프트웨어(4.21배), IT가전(2.44배), 화장품·의류·완구(2.42배) 순이다.

강 연구원은 "이들 고밸류에이션 종목에 대해서는 변동성 관리가 필요하다"며 "직전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한 물가 관련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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