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된 지 1년만에…남편 살해범이 된 아내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2021.05.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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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로또 1등에 당첨된 가족의 비극적인 결말이 재조명됐다. 노점상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고 있었던 A씨(53)는 남편과 땅 투자 문제로 다투다가 남편을 살해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남편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부부의 비극은 남편 B씨의 로또 당첨으로 시작됐다.

2019년 1월 로또 1등에 당첨된 B씨는 당첨금 7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노점상을 운영하던 A씨는 고생이 끝나고 부부의 행복이 시작될 거란 예상은 완전히 어긋났다.



남편 B씨는 당첨금 수령 후 돈에 집착했고 A씨를 무시하면서 그에게 지속적으로 폭언했다. 이런 이유로 이들 부부는 자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로또 당첨 11개월이 지난 무렵 아내 A씨의 이성을 잃게 한 일이 발생했다.

A씨는 2019년 12월 남편이 자신과 상의도 없이 대출 받아 경남 창녕군의 땅을 매입한 사실을 알고 B씨와 집안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다툼 과정에서 격분한 B씨는 둔기를 가져와 A씨를 위협했다. 그러자 A씨는 B씨가 들고 있던 둔기를 빼앗아 여러 차례 휘둘렀고, B씨가 둔기에 맞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살려달라"는 B씨의 애원에도 A씨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의식을 잃었지만 A씨는 20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B씨를 향한 분풀이를 이어갔다.

A씨는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이 응급 조치를 하고 있는데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내가 너 때문에 1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다 XX버릴거야", "나 건들지 마라" 등 살기 어린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B씨는 결국 숨졌고 A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살해 고의가 없었으며 B씨의 위협에 대응한 '과잉방위'였다고 주장했다. 과잉방위는 정당방위의 요건을 갖춰 재판에서 감경 사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살해 고의가 없다"는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했거나 예견했는데도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의 '과잉방위'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피고인의 방어 행위라기보다 피해자를 숨지게 하기 위한 살해의 범의에 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지난해 12월 A씨 측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결국 로또 1등에 당첨된 부부의 결말은 남편의 죽음, 아내의 징역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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