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8500억원 브라질 FPSO 수주..해양플랜트 살아난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5.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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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모습/사진=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모습/사진=현대중공업


조선업황이 살아나는 가운데 수년간 고전하던 해양부문에서도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 미얀마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8500억원 규모의 브라질 해양플랜트까지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11일 싱가포르 조선사인 케펠(Keppel Shipyard Ltd.)사와 함께 브라질 페트로브라스(Petrobras)사가 발주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공사 금액은 2조5000억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FPSO의 부유와 저장기능을 하는 선체(Hull) 공사를 수행한다. 케펠은 원유를 생산 및 처리하는 상부설비(Topside) 제작을 담당한다.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선체의 총 계약 금액은 8500억원이다.

이번에 수주한 FPSO는 길이 345미터, 높이 60미터, 너비 34미터에 총 중량 12만8000톤 규모로 하루에 18만 배럴의 원유와 720만 입방미터(m³)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약 9개월의 설계 기간을 거쳐 내년 1분기 중 건조에 들어간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괄도급방식(EPC)으로 선체를 제작하면 싱가포르 케펠에서 상부설비를 탑재한다. 2024년 하반기에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남동쪽 210km 해상인 부지오스(Buzios) 필드에 설치될 예정이다.

2010년 5월 발견된 브라질 부지오스 필드는 추정 매장량이 30억 배럴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심해 유전이다. 페트로브라스는 현재 이 지역에 4기의 FPSO를 운영하고 있다. 2030년까지 8기를 추가 투입해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에도 5000억원 규모의 미얀마 쉐(Shwe) 공사를 수주하며 2018년 10월 이후 약 2년만에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을 알렸다. 미얀마 3단계 가스전 개발에 투입될 총 2만7000톤(t) 규모의 가스승압플랫폼(Gas Compression Platform) 1기다.


이번 수주까지 포함해 한국조선해양은 해양부문에서 총 12억 달러(약 1조3500억원)를 수주하면서 올해 해양부문 수주 목표 2000만 달러를 60배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신규 유전 개발 사업이 전면 중단되자 한국조선해양은 올해엔 해양부문 신규 수주 기대를 접었다. 예상 밖의 선전인 셈이다.

해양플랜트는 한 기당 가격이 일반 선박의 수배에 달한다. 조선시황이 급격히 악화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내 조선사들의 돌파구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4년 미국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유가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엑슨모빌,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 로열 더치 쉘 등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속히 줄기 시작했다. 해저 유전의 석유 생산원가가 국제유가보다 비싸지면서 채산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조선사 실적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하던 해양플랜트 사업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저가 수주에 이미 맺었던 계약이 연기되고 취소되면서 막대한 손실까지 떠안아야 했다.

한국조선해양도 2014년 60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주를 끝으로 수년간 장기 불황에 빠져있었다. 지난해 7월엔 별도로 운영하던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통합해 조선해양사업부로의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올해 해양부문 수주 목표도 지난해 목표 6억4300만 달러의 3%인 2000만달러로 설정하며 기대를 접었다.

그러나 유가가 점차 상승하면서 해양부문 분위기도 반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배럴 당 20.4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현재 66.7달러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개선으로 석유 수요는 당분간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유가가 점차 상승하며 해양 개발에 대한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건조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최우선의 영업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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