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父 "친구A, 3시30분 母와 통화, 40분부터 두 아이 사라져"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5.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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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50)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취재진과의 인터뷰 직후 슬픔에 잠겨 있다./사진=뉴스1고(故)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50)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취재진과의 인터뷰 직후 슬픔에 잠겨 있다./사진=뉴스1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22)의 아버지가 실종 당시 정민씨와 함께 있던 친구 A씨 측의 진술과 목격자들의 증언이 일부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민씨 아버지 손현씨(50)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건 당일) 새벽 3시40분이 정민이와 A씨가 목격된 마지막 시간인 건 확실한 것 같다"며 "목격자들이 이날 3시40분~4시 사이에 한강공원에서 나갈 땐 두 사람이 없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있던 장소에서 이동한 건 확실한데, A씨 가족들과 처음 만났을 때는 이동한 얘기를 하지 않고 술 깨서 나온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증언이 서로 안 맞는다. 4시30분에는 A씨가 혼자 나왔기 때문에 3시40분 이후 50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새벽 3시30분쯤 자신의 휴대전화로 어머니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통화에서 '정민이가 잠이 들었는데 취해서 깨울 수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잠이 든 A씨는 약 1시간 뒤 깨어나 정민씨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홀로 귀가했다.

이에 대해 손씨는 "여러 목격자들이 (3시40분부터는 아무도 없는 걸 봤다고) 얘기했다"며 "(통화 이후) 이동한 건 100% 맞다고 보고 있다. 목격자들이 나갈 때는 정민이와 A씨가 있던 장소에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손씨는 사건 당일 A씨가 혼자 귀가했다가 정민씨를 찾으러 부모님들과 다시 나온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모친끼리는 서로 연락처가 있고 언제나 전화할 수 있는 사이"라며 "정민이 휴대전화에는 잠금도 걸려있지 않아 아무나 전화를 할 수 있다. 정민이 휴대전화로 우리 집에 전화하는 건 너무 쉬웠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A씨가 실제 이 사건과 관계가 없다면 이렇게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냐'는 일각의 우려에 "저는 정황을 얘기할 뿐이다. 사람들은 상식적인 추측을 하는 건데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생각하고 궁금해하는 건 자유고 정상이다. 말이 안 되는 쪽으로 가면 자정 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손씨가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그림을 공개했다./사진=손현씨 블로그손씨가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그림을 공개했다./사진=손현씨 블로그
손씨는 현재 상황도 전했다. 그는 "경찰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궁금증을 일일이 물어보는 게 경찰을 힘들 게 하는 것 같고, 제가 (수사 진행 상황을) 알면 얘기할 수 있다 보니 수사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일단 믿고 따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민이를 찾고, 장례식을 마치고 나니 좀 쉬고 싶지만 궁금한 게 많아 쉴 수가 없다"며 "현재 사소한 충격에 민감해지는 등 불안정한 상태다. 어제부턴 심장박동이 빨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곧 휴가 마치고 회사 복귀하는데 경찰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이날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서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씨는 끝으로 "제가 원하는 진실은 없다. 어떤 진실이든 정민이는 안 돌아온다"며 "왜 그렇게 됐는지 속시원히 알고 싶은 것 뿐이다. 어떤 결말이든 제게 좋은 결말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 아픔을 같이 느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고 놀랍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건강도 챙기고, 원인을 밝히는 것이 관심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의 휴대전화 수색, 목격자 진술 확보, 한강공원 인근 CCTV 54대와 당시 출입 차량 133대의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토대로 정민씨의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지난 8일에는 목격자 3명을 서울 한강공원으로 불러 실종 당일 상황을 복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당시 손씨 술자리 인근에 있던 각기 다른 집단에 속했으며, 진술은 서로 일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당일 새벽 3시30분쯤 A씨와 어머니간의 통화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주말 A씨 어머니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또 A씨와 A씨 아버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0시간가량의 고강도 조사를 마친 상태다. A씨와 A씨 아버지는 분리돼 조사 받았으며 A씨 측은 변호사를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씨의 정밀 부검 결과는 오는 15일쯤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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