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르면 연말, KB페이서 신한카드 쓸 수 있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1.05.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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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페이' 결제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 페이' 결제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이르면 올 연말 특정 카드사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에 경쟁업체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쓸 수 있게 된다. 카드사들이 경쟁사 카드를 자사 앱에 연동해 쓸 수 있는 기술 규격을 개발하기로 서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B카드 결제 앱 'KB페이'에 신한카드를, 신한카드 결제 앱 '신한페이판'에 삼성카드를 등록해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방성과 확장성으로 결제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빅테크(IT대기업)와 진검승부를 위해 카드업계가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우리·하나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와 겸영카드사인 NH농협카드는 최근 여신금융협회 모바일협의체 회의를 통해 '앱카드 상호 연동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규격'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모바일협의체는 카드업계가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대화채널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 카드사 모바일 앱에 경쟁업체의 디지털 카드도 등록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각자 모바일 전용 결제 앱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상호 간 배타성이 강해 자사 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일부 금융지주그룹이 카드 결제 뿐만 아니라 자사 은행·보험 등의 금융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결제 플랫폼을 내놨거나 준비 중인 정도다.

타사 서비스도 제휴만 하면 탑재할 수 있다는 개방성을 겉으로는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현실화 한 곳은 없다. 여전히 KB페이에서는 KB국민카드만, 신한페이판에서는 신한카드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간편결제와의 시장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빅테크 간편결제들은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한 대부분의 카드를 등록할 수 있고, 은행 계좌도 연결해 쓸 수 있다.


개방성과 확장성이 선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만 구입하면 모든 금융기관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이 가능한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최강자인 '삼성페이'와도 게임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이대로 각자 도생해서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빅테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꼈고 마침내 디지털 카드 연동을 위해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앱카드 상호 연동 API'개발을 통해 카드사들은 각 사별로 다른 모바일 앱 연동 규격을 동일하게 맞추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특정 카드사의 모바일 앱이 삼성페이처럼 각 카드사의 카드를 모두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앱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경쟁사의 디지털 카드까지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르면 올해 연말 상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은 이번 달 중 '앱카드 상호 연동 API' 개발을 위한 입찰 공고를 진행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을 아우르는 통합 앱을 개발하자는 얘기가 업권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각사의 사정이 있어 쉽지 않았다"며 "대신 디지털 카드 연동을 위한 개방형 API 개발에 전업카드사들이 모두 합의한 만큼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한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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