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실적 '-4조→2조'…코로나19 뚫고 '봄' 왔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5.1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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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실적 '-4조→2조'…코로나19 뚫고 '봄' 왔다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4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업계가 올 1분기엔 줄줄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고 정제마진이 전년 대비 개선되면서 정유사에도 봄이 찾아왔다. 미국의 자동차 휘발유 수요가 늘어난 것도 업황 회복에 힘을 보탰다.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국내 정유사 중 가장 실적이 좋은 곳은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2018년 3분기 영업이익 6360억원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다.



S-OIL(에쓰오일)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292억원을 기록하며 5년 내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 영업이익 4128억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도 3469억원으로 1년만에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이들 정유4사는 지난해 1분기엔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폭락으로 총 4조37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 1분기엔 현재까지 실적발표한 3사의 영업이익만 1조6746억원이다. 오는 13일 실적 발표가 예정된 SK이노베이션의 시장 예상치 3469억원을 합치면 4사의 영업이익은 1년만에 2조215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분기보다 좋은 성적표다.



올 1분기 실적 회복의 가장 큰 공신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다. 지난해 말부터 1분기까지 국제유가의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지표 중 하나인 서부텍사스산중질류(WTI) 유가는 지난해 4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3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30~40달러대에 머무르다 올 1분기엔 배럴당 평균 60달러대까지 회복했다. 덕분에 정유사들은 낮은 가격에 산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커져 이익을 보게 됐다.

지난해 마이너스와 1달러대를 오갔던 정제마진 역시 지난 4월 말 3달러대까지 회복하며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3달러를 넘은 건 지난해 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제품별로는 휘발유가 10달러대를 기록하며 마진 개선을 이끌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운전량이 늘어나면서 휘발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월 미국 한파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급 차질도 마진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오는 6~8월부터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국가들을 중심으로 휘발유 수요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휘발유 특수기에 진입하면 정제마진이 4달러대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앞으로 항공유 수요가 국내 정유 업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항공유 생산과 수출비중이 높은데, 항공 운항편수가 90~95% 이상 회복되기 전까지는 항공유 생산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 배럴 당 10~15달러대였던 항공유 마진은 현재 4달러대 수준이다. 지난달 1달러대 마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업계에선 수입국들이 항공유 수입을 재개하는 시점을 내년 이후로 보고 있다.

글로벌 원유 증산도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OPEC+(오펙플러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단계적으로 원유를 증산하고 미국 원유 생산량이 회복되면 현재의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서다. 유가가 보합세로 돌아서면 다음 분기부턴 1분기와 같은 재고평가이익 효과를 노리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은 재고평가이익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 그 후 실적이 좋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원유 증산과 항공유 수요 회복세를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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