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국내 정유사 중 가장 실적이 좋은 곳은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2018년 3분기 영업이익 6360억원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다.
이들 정유4사는 지난해 1분기엔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폭락으로 총 4조37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 1분기엔 현재까지 실적발표한 3사의 영업이익만 1조6746억원이다. 오는 13일 실적 발표가 예정된 SK이노베이션의 시장 예상치 3469억원을 합치면 4사의 영업이익은 1년만에 2조215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분기보다 좋은 성적표다.
지난해 마이너스와 1달러대를 오갔던 정제마진 역시 지난 4월 말 3달러대까지 회복하며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3달러를 넘은 건 지난해 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제품별로는 휘발유가 10달러대를 기록하며 마진 개선을 이끌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운전량이 늘어나면서 휘발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월 미국 한파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급 차질도 마진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오는 6~8월부터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국가들을 중심으로 휘발유 수요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휘발유 특수기에 진입하면 정제마진이 4달러대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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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에선 앞으로 항공유 수요가 국내 정유 업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항공유 생산과 수출비중이 높은데, 항공 운항편수가 90~95% 이상 회복되기 전까지는 항공유 생산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 배럴 당 10~15달러대였던 항공유 마진은 현재 4달러대 수준이다. 지난달 1달러대 마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업계에선 수입국들이 항공유 수입을 재개하는 시점을 내년 이후로 보고 있다.
글로벌 원유 증산도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OPEC+(오펙플러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단계적으로 원유를 증산하고 미국 원유 생산량이 회복되면 현재의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서다. 유가가 보합세로 돌아서면 다음 분기부턴 1분기와 같은 재고평가이익 효과를 노리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은 재고평가이익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 그 후 실적이 좋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원유 증산과 항공유 수요 회복세를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